액티브펀드 대안은 인덱스펀드·ET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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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증시에는 두 개의 종목이 있다. 삼성전자와 기타 등등’. 증권시장의 우스갯소리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 삼성전자의 독주에 펀드 시장의 희비가 엇갈린다. 삼성전자를 얼마나 들고 있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차이 난다. 액티브 펀드는 죽을 쑤고 인덱스 펀드는 날아다닌다. 펀드매니저의 운용 성과에 따라 성적이 달라지는 게 액티브 펀드다. 시장을 이기기 위해 보통 개별 종목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삼성전자의 비중을 줄인다. 삼성전자가 독주할 땐,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의 성과가 낫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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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현재, 자료:Fn스펙트럼·NH투자증권 등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1년(25일 현재)간 인덱스 펀드는 액티브 펀드보다 14.8%포인트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중소형주 펀드보다는 23.7%포인트 수익률이 높았다. 일례로, 지난해 투자금을 쓸어 담았던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21%다. 중소형주가 힘을 썼던 작년엔 20%를 웃도는 성과를 올렸던 펀드다. 펀드가 보유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의 이름은 없다.

인덱스펀드 최근 수익률 높지만
수수료 따라 성과는 크게 차이 나
ETF는 수수료 싸고 환매도 쉬워
잦은 단타매매 땐 손실 볼 수도

인덱스 펀드가 득세하는 건 글로벌 현상이다. 자본주의의 중심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도 대세는 인덱스 펀드다. 최근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펀드에 투자된 자금 중 72%가 패시브 펀드(인덱스 펀드)에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또 투자은행 BofA메릴린치의 자료를 토대로 2009년 이후 인덱스 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1조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인덱스 펀드가 대세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겐 아직 낯설다.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2005~2007년이 액티브 펀드 전성시대였던데다, 판매 수수료가 적어 은행 등이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시장의 흐름이 바뀌었다. KB자산운용 홍융기 멀티솔루션 본부장은 “전통 액티브 펀드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도 이제는 인덱스 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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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현재, 자료:Fn스펙트럼·NH투자증권 등

그렇다면, 어떤 인덱스 펀드를 고를까. 이론대로라면 어떤 운용사의 펀드를 고르건 간에 같은 지수(인덱스)를 쫓는다면 수익률이 같아야 한다. 현실은 다르다. NH투자증권이 500억원 이상의 인덱스 펀드를 대상으로 기간별 수익률을 조사했더니 추종 지수가 같은 인덱스 펀드라도 성과가 차이 났다. 최근 1년은 3.4%포인트, 3년 수익률은 7.1%포인트만큼의 차이를 보였다.

유동완 연구원은 “인덱스 펀드도 액티브 펀드보다 적기는 하지만 수수료가 나간다”며 “이 부분을 만회해 지수를 쫓아가려고 인덱스 펀드도 약간의 매매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수익률이 매번 달라진다면 일반 인덱스 펀드보다는 지수와의 성과 격차가 적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투자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ETF는 인덱스 펀드를 증시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하기 편하게 만든 상품이다. 수수료가 싼 인덱스 펀드보다도 수수료가 더 싸다. 0.5% 수준의 운용보수만 부담하면 된다. 환매수수료 없이 아무 때나 사고 팔 수 있다. 증권거래세(0.3%)도 면제된다. 증권사 매매 수수료(0.02% 수준)만 내면 된다. 이마저도 증권사가 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벤트를 활용하면 공짜다. 현금화도 쉬워 팔고 나서 이틀 뒤면 돈으로 찾을 수 있다.

다만, 투자가 쉽고 편리하기 때문에 개별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단타 매매로 흐를 위험이 크다. 잦은 매매로 인한 거래 수수료 증가로 오히려 손실을 볼 수 있다. 홍융기 본부장은 “단기 투자로 접근하기보다는 자산 배분 차원에서 ETF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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