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로 뛴다] BBB운동 참가 이용근 섬유패션대학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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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섬유패션기능대학의 이용근(54) 학장은 본래 경기도 파주 사람이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섬유 맨으로 살아오면서 이제는 대구사람이 다 됐다. 이 학장은 이번 대구U대회에 'BBB 운동'으로 참가한다.

"거의 전 세계에서 참가하는 국제행사인만큼 외국어 통역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 학장은 지역에서도 알아주는 외국어통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밀라노 주재원 시절에 습득한 이탈리아어는 자타가 공인하는 '네이티브 스피커'다. 여기에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도 생활회화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어서 모국어를 포함, 7개국어를 구사하는 셈이다.

BBB(Before Babel Brigade) 운동은 작년 월드컵대회를 계기로 태동한 세계 유일의 언어.문화 봉사단이다. 2천3백여명의 회원들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휴대전화를 통해 24시간 통역 서비스를 해 주고 있다.

한.일월드컵때의 활동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4월에는 중앙일보.한국방송공사.삼성전자가 주축이 돼 사단법인 한국BBB운동(대표 이제훈)이 출범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이 공항.지하철역.여행안내소.호텔.관광지 등에서 BBB카드를 받아 해당 외국어의 고유번호만 누르면 가장 근접거리에 있는 BBB회원의 휴대전화로 연결돼 통역 서비스 또는 여행정보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월드컵, 부산아시안게임 등의 기간에만 각각 2만여건의 서비스가 제공됐으며 평소에도 월 1천여건씩 전화가 걸려온다.

초창기부터 이 운동에 참가한 이용근 학장은 지난 4월 개최된 대구U대회 지원 선포식 때는 이탈리아어 대표로 선서를 하기도 했다.

"50여명의 지역회원들 모두 대구사랑의 마음으로 U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지난 72년 제일모직에 입사하면서 대구에 첫 발을 디뎠다.

지난 99년 상무이사로 제일모직을 퇴사한 이후 대구시의 밀라노프로젝트 특별보좌관, 영남대.계명대 등의 겸임교수를 거쳐 작년 10월에는 공개채용을 통해 전국 유일의 섬유패션기능대학장에 선임됐다.

신입사원때부터 제일모직 대구공장에서 가장 영어가 유창한 사람으로 꼽혔던 그는 83년 밀라노의 ENI그룹에 연수를 가면서 이탈리아어를 처음 접했다.

스스로도 "어학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이 학장은 "처음 2개월 동안 마치 전투를 하듯 이탈리아어에 달라 붙었다"고 했다.

꿈 속에서도 이탈리아어와 씨름을 할 정도로 매달린 결과 6개월여만에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패션학 강의를 소화해 낼 정도가 돼 현지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 때 내친 김에 프랑스에서 온 미녀 연수생에게서 불어도 배워 놓았다.

이후 7년여의 밀라노현지법인 근무를 거치면서 그는 '20년간 배운 영어보다 훨썬 자연스러울 정도'로 이탈리아어 실력을 다듬게 됐다.

U대회 조직위원이기도 한 이 학장은 "이번 대회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대구의 섬유.패션을 미리 각인시킨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동료회원들에게 "잘 때도 휴대전화를 머리맡에 두자"고 권한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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