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회확대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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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무부는 반상회실시 10주년을 맞아 반상회를 직장·기숙사·선상, 광역반상회 등으로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참석 대상폭도 부부반상회, 대학생과의 합동반상회 등으로 넓힌다고 한다.
지방자치제실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민주화추세에 있는 때에 반상회를「동네」의 범위를 벗어나 오히려 더 확대, 강화하는 것은 어딘지 걸맞지 않는다.
반상회는 주민의 공동관심사를 논의, 이를 시정에 반영하는 행정보조기구 또는 여론청취의 기구로, 그리고 이웃간의 친목과 상부상조하는 지역공동체적 성격을 지니고있다.
반상회실시 10년을 돌아다보면 이러한 구실을 어느 정도 이행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지방행정관서의 공지사항 전달창구로 이용된 것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일은 아니다.
따라서 주민들의 고충이나 숙원사업들이 반상회를 통해 해결되기도 했고, 지역문제를 이웃간의 대화와 토론으로 스스로 해결, 협동의 기구로 구실을 한 면도 무시할 수 없다.
반상회가 없었더라면 가뜩이나 삭막한 아파트나 도시생활 속에서 이웃도 모르고 지냈을 뻔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상회에 대한 이 같은 긍정의 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반상회 확대방안에 선뜻 공감과 동의할 수 없는 데에 문제가 있다.
반상회 참석이 의무화되어 있고 반상회에 불참하면 행여나 뒤탈이 없을까 하는 심리적 압박에 젖어있는 분위기에서 반상회를 여기저기 벌여 놓는다는 것에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이 번거롭게 여기고 국민의 사생활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일을 행정관청이 임의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과도 거리가 있다. 이 같은 중대문제를 국민의 여론을 들어보는 절차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강행하려 든다면 민주행정이라고 할 수 없다. 반상회가 주민들의 여론을 청취하고 자유토론장으로서 역할 하는 것이라면 더더구나 관 주도형일 수 없고 강요되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반상회는 자생적이어야 하고 자율과 자치의 기반아래 형성되어야 한다.
반상회가 일본이 패전 전까지 실시했던 제도를 원용했다 하여 말이 많았고 반상회 실시초기에는 불참한 유명인사들을 고위층에 비밀리에 보고하는 등으로 인상이 과히 좋지 않았다. 또 농경사회라면 몰라도 가뜩이나 바쁜 도시생활에 부자연스럽게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더구나 내년에는 지자제가 실시돼 여론을 효과 있게 청취하고 토론하는 민주제도가 가동을 시작한다.
그렇다면「옥상 옥」을 의미하는 반상회확대는 행정부처의 방안으로서만 그치고 실시여부는 보다 폭넓은 여론과 논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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