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르몽드지 기사회생…흑자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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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주원상특파원】19개월전 파산 문턱까지 갔었던 프랑스의 세계적 권위지 르몽드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나 이제 흑자 경영을 내다보게 됐다.
르몽드의 기사회생은 전 사원의 합심 노력과 오랜 독자들의 자발적인 지원 결과지만 정력적으로 그 견인차 역할을 해낸 「앙드레·퐁텐」사장의 공로가 실로 크다.
외신부장·편집국장 주필 등을 역임하며 39년 동안 줄곧 르몽드에 몸담아 왔던 「퐁텐」사장이 지난해 1월 사장에 취임했을 당시 르몽드는 오랜 적자 경영으로 9천만 프랑 (약 1백억원)의 빚더미위에 올라앉아 있었으며 계속되는 사내 파벌간의 암투, 사원들의 사기 저하로 소생불가능의 빈사상태에 놓여 있었다.
「퐁텐」사장은 취임후 전임자들때 마련되긴 했지만 사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던 경영 합리화 비상 대책을 차례로 추진, 우선 부채 청산을 위해 파리의 번화가 오페라좌 근처에 있는 유서깊은 본사 사옥을 금융 그룹 보름스 산하의ARC사에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1억5천만프랑. 본사 건물을 처분한 르몽드는 다시 이 건물을 ARC사에서 임차해 본사 사옥으로 계속 쓰고 있다.
철저한 사원 지주회사로 편집의 자유와 독자성을 지키기 위해 외부 자본의 유입을 한사코 봉쇄해 왔던 전통을 깨고 독자들에게 주식을 공개하는 획기적인 사업도 추진됐다.
1천5백만프랑의 증자를 위해 르몽드가 작년12월 주식시장에 내놓은 액면가 5백프랑짜리 주식은 8일만에 동이 났다.
독자들에 대한 주식 공개로 르몽드안에 독자주주그룹이 새로 생겨났고 이들의 주식지분은 12.8%로 결정됐다. 르몽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나아가 지난 2월에는 은행등 금융기관에도 일부 주식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퐁텐」사장은 전 사원에 대해 10∼17%의 감봉 조치를 취하는 한편 광고 수입을 늘리기 위해 우수한 광고요원들을 새로 영입했다.
읽기 어려운 신문으로 낙인찍혀 젊은 세대로부터 오랫동안 외면당해왔던 경험을 참작한 지면 쇄신작업이 경영개선과 함께 이루어졌다. 창간이래 사진을 쓰지않는 고급지로 문자 엘리트들이 주도해온 프랑스 사회를 대변해 왔다고 자부하던 전통적인 펀집자세에서 벗어나 새시대에 알맞은 신문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퐁텐」 사장은 르몽드지의 활자 크기를 약간 늘리고 1면 기사를 종전 7개에서 3개로 줄여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만들었다. 교육 과학 독서 레저기사가 크게 늘었으며 우선 론, 알프스지방 상대의 지방판도 새로 시작됐다.
르몽드의 특징인 국내외 뉴스에 대한 심층 취재 보도에도 더 힘을 들여 지난 3월의 하원총선과 작년의 그린피스 사건때는 특히 타지를 압도, 독자들의 호응을 크게 받았다.
경제기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경쟁지 르피가로에 대항하기 위해 르몽드는 경제전문기자와 편집자 12명을 새로 보강하기도 했다.
르몽드의 현재 발행 부수는 평균 38만6천부 수준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74년의 45만부 수준까지는 아직 멀다. 경영 개선과 지면 쇄신 결과 르몽드는 오랫동안의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약8백만 프랑의 흑자를 예상하게 됐지만 튼튼한 몸체를 갖추고 흑자 경영의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앞으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사원 총회에서 임기 8년의 사장으로 선출됐으면서도 4년만 맡겠다고 고집하고 있는「퐁텐」사장이 이 같은 결심을 바꾸도록 많은 사원들이 희망하고 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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