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의 동반」거부인가 -미국의 「일괄 통상법안」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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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하원을 통과한 이른바 일괄통상법안은 입안자들에겐 커다란 정치적 성취감을 안겨주고 경쟁력과 효율에서 낙후된 사양 산업들을 크게 고무할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성취감과 고무는 일시적인 것일 뿐 곧 그들은 더욱 떨어진 산업효율과 더 많은 다른 분야의 실업,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복과 보호의 악순환이 초래할 세계무역의 침체를 보게 될 것이다.
일방적·자의적으로 선정한 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보복이나 위협이 그들이 바라는 교역의 안정적 확대와 균형에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생각이다. 경제의 오래된 시장경험으로는 안정되고 호혜적 발전에 기여하는 변치 않는 조건은 위협과 강요, 보호와 보복이 아닌 자유로운 시장질서와 이를 확대시키기 위한 협의와 협상이었다.
이점에서 볼 때 이 새로운 통상법안은 문제의 잘못된 인식을 바탕으로 잘못된 수단들을 선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수단들이 결과적으로 무역상대국이나 세계시장, 그리고 자신의 무역적자해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만의 하나라도 이 같은 보호와 보복으로 그들의 적자폭이 줄어든다면 그것은 무역확대 균형 아닌 축소균형일 뿐이며 조만간 그 같은 불안정한 균형은 상승적 보호와 실업을 동반하면서 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세계경제는 번영의 동반 아닌 분열과 적대, 시장분할과 그루핑으로 진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매우 분명한 경제의 논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입안자들은 오히려 그들의 행정부에 대해 「경제적 고려」만 허용할 뿐 정치·안보·외교적 고려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문하고 있어 매우 역설적이다.·
이 법안에서 우리가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대목도 적지 않다. 수출의존도 높은 나라들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의 수출진흥책까지도 그들 기준으로 공정여부를 따져 보복한다는 조항이나 대미무역의 결과치만 보고 입초국에 대해 연간 흑자 폭의 일정율을 줄이도록 한다는 등 너무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내용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조항들은 한마디로 그들의 무역적자가 어디에서 연유되었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발상의 결과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들의 적자는 시장실패와 경쟁력의 추세적 저하를 반영할 뿐이다.
그들 산업의 경쟁력은 고도기술분야에서 일본·서독 등에, 일반공업제품은 개도국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정체되어 있다. 걸핏하면 상대방의 시장보호를 핑계삼고있으나 개도국들의 시장은 정도이상으로 개방되어 왔다.
KDI의 조사연구에 의하면 84년 수입개방품목중 수입실적의 44%가 일본상품인데 비해 미국제품은 16%에 불과했다.
이같은 현실을 외면한 채 위협과 보복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통상법안이 미국의 장기적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거듭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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