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전체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망명한 자유중국 중화항공(화항)기 등의 반환을 둘러싼 중공 중국 항공(중항)과 화항의 역사적 협상은 회담개시 4일만에 완전 타결됐다. 세부적인 문제까지 협상에 소요된 총 시간은 약 8시간이었다.
49년 중국이 본토와 대만으로 분단된 후 첫 공식협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순항은「37년이라는 세월의 단절」을 느끼지 못하는 놀랄만한 작품이다.
비록 이 회담이 고도의 정치적 복선을 깔고있긴 했지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은 성의에 찬 진지한 협상자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자는 회담장 양측의 기자 회견장 등을 오가면서 양측에 모두 협상을 꼭 타결 시켜야겠다는 진지한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이 각자 연 기자회견을 통해 자기 측 제안의 정당성을 강변했으나 상대방에 대한 비난은 물론, 자극시킬 만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정치적 의미가 담긴 질문에는「노코멘트」혹은 동문서답 식으로 받아넘겼다.
그들은 협상 개시 전 약속했던「업무성 상담」이라는 틀을 벗어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 가져오는 파국(?)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양측은 서로 이념과 체제를 달리 하지만「같은 민족이요, 형제지간」임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중국 내부의 일인데 형제지간에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되풀이했다.
중공대표는『성의를 다했다』『양측 모두 완전히 평등한 지위에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이해하며 화합하는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마침내 원만한 결과를 얻었다』며 웃었다.
자유중국 대표도「순수한 상업성 회담」을 강조했으나『중항 측의 양보도 화항 측의 승리도 아니다』고 평했다.
이번 회담은 양자의 이해득실을 따지기 앞서「중국인 전체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북측의 일방적 선언으로 중단된 남북한간의 대화를 새삼 생각케 한다. <박병석 홍콩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