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인지 운동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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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0년대초부터 일기 시작한 시동인지 발간 붐이 지금 한국문학사상 최전성기를 이루고 있다.
80년대 들어 한 번 이상 동인지를 발간한 동인회는 무려 3백56개. 이 통계는 「창조」가 발간된 1919년 이후부터 85년말까지 66년동안 발행됐던 6백30개 (총합계)의 절반이상인 엄청난 양이다.
이같은 조사는 문예진흥원의 85년 문예연감 (6월 발간 예정)에 실릴 시인 이상호씨 (한양대교수)의 논문 『80년대 동인지 현황과 분석』에서 밝혀졌다.
80년대 이후 발간된 동인지는 서울의 83종(23.3%)을 비롯해 부산 44종 (12.4%) 대구 5종 (9.8%) ,충남 33종(9.3%), 경남 30종(8.4%), 전남 29종(8.1%), 경북·강원 각 25종(각7.0%) 으로 집계됐다.
전체 문인의 60%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점에 미루어 본다면 동인지운동은 오히려 지방에서 더 활발하다.
또 이들 3백56개의 동인지를 장르별로 살펴보면 시 1백35개, 시조 15개, 종합 (시주축)1백52개, 수필 21개, 소설 7개, 희곡 2개, 아동문학 24개. 따라서 압도적 다수가 시동인지로 바로 이들이 오늘의 한국동인지 문학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사에서 씨는『80년대 동인지 발간 붐의 시작은 역사의 변혁기에 던지는 시인들의 다양한 외침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런 80년대 시동인지 발간 붐에 대해 문학평론가 홍정선·이남호씨등은 그 원인을 ▲종합문예지에서 시영역의 축소및 시전문지의 보수성등으로 젊은 세대를 수용하지 못한 점▲기존 상업 문예지의지방 문단 소외현상▲따라서 창작여건 개선 및 진보적 현실 발언등을 위한 지면확보▲기존의 등단제도에 대한 불신등으로 동인지를 통해 스스로 등단등을 꼽았다. 이밖에도▲문학 유통구조의 변화로 일부 동인지는 시전문지이상으로 팔리기도 하며▲자비로 동인지를 낼 수 있는 경제력의 향상등도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많은 시인과 평론가들은『동인지의 활성화가시의 수준향상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런 현상은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더욱 현저히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반시」 몽인 김창완씨는 『최근에는 시문학이 지나치게 난립된 상태』 라며 『특히 아마추어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동인지 발간 붐을 타고 마구 쏟아져 나옴으로써 시의 질적 저하현상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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