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군복 벗더라도 아내 살려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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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현역 육군 중령이 26년간의 군생활을 마감할 각오를 하고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내에게 자신의 신장 한쪽을 떼어내 이식하기로 해 가족사랑의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한.미연합사령부 공병부 지형분석실 운영과장인 김봉춘(金奉春.48) 중령.

金중령은 2000년 육군 복지근무단에서 군무원으로 근무 중인 부인 유복남(46)씨의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30%에 불과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이후 혈액투석 등의 치료를 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돼 신장 기능은 11%까지 떨어졌다.

"아내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신장이식뿐"이라는 의료진의 '최후통첩'에 金중령은 고민에 빠졌다. 군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신장을 떼어내 주면 전역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못할 게 뭐가 있느냐"며 이식을 결심한 金중령은 곧바로 조직 검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면 조직 적합도가 5% 안팎에 불과하지만 하늘이 도왔는지 다행히 金중령은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다.

金중령 부부는 오는 3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金중령은 수술 후 계속 근무할지를 결정하는 등급 판정에서 7급을 받으면 전역해야 하고 8~9급일 경우 전역심사위에서 계속 복무 여부를 판정받게 된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이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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