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앓는 대학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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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가 무식해서 제말이 논리에 맞지 않더라도 절대로 웃어선 안됩니다』
14일 하오3시 연세대 도서관앞 광장.
자신을 「공장노동자」라고 소개하며 한학생이 무대 위에 오르자 청중들 사이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30분전에 시작된 재현극 「나가 나가 도청을 향해」의 「도청을 점령한 시민들의 궐기대회」장면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 어느때 보다도 많은 2천여명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이어 교련복을 입은 학생들과 머리띠를 두른 학생들이 맞섰고 사과탄대신 빨간풍선이 날았다.
도청을 지키는 교련복학생들이 든 나무방패엔 「인」자가 새겨 있었고 이들을 향해 머리띠 두른 학생들이 모래·물주머니를 사정없이 던지며 기세를 올린다.
하오4시20분, 마당극을 마친 학생들은 스크럼을 짜고 교내를 돌기 시작했고 대열속엔 격렬하게 맞섰던 교련복과 머리띠가 함께 어울렸다.
학생들이 교문 50여m까지 접근하자 큰길 건너편에 대기중이던 전경들이 황급히 교문을 가로막아 순간 긴장이 감돌았으나 학생들은 이내 발길을 돌려 도서관 앞으로 되돌아왔고 만세3창을 한뒤 자진 해산했다.
5·17을 앞둔 대학가.
매일 토론회가 열리고 마당극이 열리고 대자보공방이 계속되고 있으나 사흘째 최루탄이 터지지 않는 평화가 「5월의 아픔」을 가슴앓이하는 느낌이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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