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 "고르기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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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쏟아져 나오는 새책들 속에서 좋은 책을 골라내는 요령이 무엇이냐고 호소하는 독자들이 많다. 출판량은 1년에 3만종 1억권을 넘어설만큼 다양한데 바쁜 생활 속에서 양서를 고를 좋은 방도가 없느냐는 것이다.
우선 책 광고가 어떤 지침을 제공하는가. 그렇지 못하다. 광고는 정보 제공의 정도를 넘어 차라리 현혹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떤 이는 『광고를 많이 할수록 나쁜 책』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그만큼 광고료 부담을 독자에게 전가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책 표지가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렇지도 못하다. 어떤 책이 잘 팔린다 하면 금방 그 책 표지를 닮은 제목과 글자체와 도안이 유행을 이룰 만큼 비개성적인 풍토다.
추천자·감수자의 말도 믿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사전이나 어학 교재·아동도서들에 나오는 추천자·감수자중엔 특히 가짜가 많다고 한다. 한국저작인협회는 최근 조사된 소비자보호단체들의 통계를 종합, 감수자·추천자의 35%가량이 명의도용이라고 분석한바 있고 지난 84년11월 YWCA가 조사한 바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아동도서중 30%가 추천자·감수자 이름을 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평은 어떤가. 우선 서평 활동 자체가 활발하지도 못한 풍토인데다가 그나마 나오는 서평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체면치레용이 적지 않다.
결국 어떤 장치도 독자들에게 좋은 책을 고르는 지침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지학자 안춘근씨는 일찌기 좋은 책을 고르는 요령으로 「도서채점 10측법」을 제시한바 있다.
즉 책을 △내용과 △형태의 두가지로 크게 나누고, 형태를 다시 △제호 △장정 △교재 △인쇄 △제본 △편집 △교정 △삽화 △색인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채점법으로 △내용에 5점 △형태의 각 요소에 각5점씩 45점, 도합1백점 만점으로 양서의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좋은 책을 단지 내용만으로 판단하려는 좁은 시야를 넓혀서 그 생김새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으나 역시 내용 파악이 중요하다는 점을 여전히 숙제로 남긴다.
학자들은 좋은 책을 고르게하는 좋은 방법이 결국은 활기찬 서평 작업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비평 풍토도 활성화되고 서평 전문잡지들이 많이 나와야 하며 그런 과정에서 독자들의 안목도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을 발벗고 나서서 해야될 사람들은 다름 아닌 출판계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본다. 좋은 풍토를 가꾸진 않고 과실만 따먹어서는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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