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결혼식 자원봉사원들|가정법률상담소 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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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봉사를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받는 일이죠』
매주 토요일을 비워 한국가정법률상당소 주관의 무료결혼식에 봉사와 축복을 함께 해 온 20여 여성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이들은 불우한 형편탓에 채 결혼식을 못올리고 살아 온 신랑·신부들의 가족과 친지가 되어 결혼식에 따른 모든 준비를 도맡아 오고 있다.
매주 토요일 상오11시 여의도 여성백인회관에서 조촐하나 엄숙하게 베풀어지는 결혼식에서 5∼7년째 축가를 불러온 전순영(46)·박영애(40)씨는 『이런 일이 스스로의 생활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 뿐더러 뿌듯한 보람을 안겨줘 오히려 감사를 느낀다』고 말한다. 불우한 젊은이들의 결혼식을 무료로 치러준다는 취지에 찬동해 자원봉사를 지원한 이들중 신부의 드레스를 돌봐주고 뒤처리를 하는 김재숙씨(46)는 『결혼식을 통해 떳떳한 부부가 돼 파탄을 미연에 방지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인다.
3시간여 신랑 신부의 시중을 들고 하객을 접대하면서 때로는 가족이 없는 그들과 가족사진촬영도 하는 이들 봉사원들의 도움으로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무료결혼식을 실시한 77년이후 3백여쌍의 부부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면사포 한번 못써본 떳떳지 못한 동거생활」을 해왔거나 「돈 때문에 무한정 결혼식을 미뤄왔던 가난한 연인들」.
신부의 머리를 매만져주는 장정원씨(31)와 화장을 해주는 김혜진양(24)은 『전혀 가꾸지 못했던 신부가 몰라보게 아름다와진 자신을 보고 눈물을 글썽일 때가 많다』고 들려주면서 『욕심을 절제하는 교훈을 배우게됐다』고 말한다.
무료결혼식에 쓰이는 매달10만원의 비용과 선물을 지원해 온 이대부속유치원자모회 박재화(36)·이경렬(37)주부 등도 회기별로 「소리없는 봉사」를 계속해오고 있다.<고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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