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내 사랑 DMZ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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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는 반어(反語)의 땅이다. 이름과는 달리 그곳은 '무장'돼 있다. 그것도 기관총이나 박격포와 같은 중화기들로. 자연히 군사적 충돌도 자주 일어난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 속에서 한반도의 다른 곳들에선 보기 힘든 동.식물들은 여전히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근년에 남북한 사이에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비무장지대의 자연이 위협을 받고 있다. 철도 연결 작업이 비무장지대의 숲과 그곳에 사는 동물들을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뮤지컬 '내 사랑 DMZ(작.연출 오태석)'는 이런 비극적 반어에 대해 마법적 해결책을 내놓는다. 지뢰들을 없애고 철로를 놓는 사람들에 맞서 비무장지대의 동물들이 힘을 모아 지하철로를 놓는 것이다. 그 멋진, 그러나 비현실적 방안은 비무장지대가 품은 비극적 반어를 절절한 모습으로 드러낸다.

'내 사랑 DMZ'는 아이들을 위한 우화지만, 어른들의 마음을 이끌기도 한다. 기존의 연극 작품을 뮤지컬로 새롭게 올리는 과정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더러 눈에 뜨이기도 한다. 하지만 독특한 주제와 폭넓은 대상을 상대로 해 좋은 작품으로 자라날 잠재력을 안고 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노래는 모두 전래 동요인데, 가락이 흥겹다. 특히 "참깨 들깨 노는데 아주깨는 못 노나"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참깨들깨'는 꼬마 관객들이 목청껏 따라 불렀다. 그러나 우리의 삶과 말이 근년에 빠르게 바뀐 까닭에 아쉽게도 전래 동요들은 요즈음 아이들에겐 뜻이 통하지 않는 '넌센스 라임(nonsense rhyme)'이 되버렸다. 때문에 전래 동요에 대한 집착은 이 작품을 제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흥미로운 대본과 유능한 배우들은 꼬마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극장에서 나오는 꼬마 관객들은 모두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보다 이상적인 형태는 할머니.할아버지 손을 잡은 꼬마 관객일 게다. '내사랑 DMZ'는 전쟁을 몸으로 겪었고 비무장지대의 뜻을 깊이 새기는 세대와 아직 그런 것들을 깨우치지 못한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큼 품이 넓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복거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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