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장관, 한국 장관에 "라이펑요우" 부르며 소통 나서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23일 도쿄 팔레스호텔에서 만찬을 갖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한·중·일 외교장관. 24일 오전에 한·중 장관 회담, 오후에 한·일 장관 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왼쪽부터 왕이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 윤병세 외교부 장관. [AP]

니하오(안녕하세요).”

24일 오전 9시30분 도쿄 프린스파크타워 호텔 지하 2층 회의실 정문 앞. 한중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미리 도착한 윤병세 외교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중국말로 인사말을 건넸다. 두 장관은 바로 양국 국기 앞으로 옮겨 다시 악수를 하면서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 모두 미소를 띄웠지만 회담장에 들어설 땐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다. 취재진 앞에서 주고받는 덕담도 하지 않았다.

이날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양자회담은 중국이 미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한국 배치 결정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이면서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이 이날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데 대한 중국의 입장도 주목을 끌었다. 회의는 예상시간인 1시간을 넘도록 이어졌고 왕 부장은 75분 만에 윤 장관보다 약간 앞서 회담장을 나섰다.

그는 기자들에게 사드에 대해 두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하나는 기존의 반대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이 한국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는 데 결연히 반대한다. 우리는 이 문제가 한중의 우호 협력 관계에 엄중하게 심지어 전면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협상론이다. ”한중이 협상을 진행해 쌍방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입장 차를 확인하면서도 대화는 해나가겠다는 얘기였다.

왕 부장은 지난달 말 라오스에서 열린 한ㆍ중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두고 “한국이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선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만 표명했을 뿐 부드러운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또 윤 장관을 ‘라오펑요우(老朋友ㆍ오랜 벗)’라고 불렀다고 한다. 외교부는 회담 후 보도자료에서 ”(두 장관이)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한 양측의 기본 입장을 교환하고, 이와 관련된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윤 장관이 ‘특정 사안으로 양국 관계 발전의 대국(큰 국면)이 저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간 관영 매체를 통해 한국 때리기를 해온 중국이 태도를 누그러뜨릴 여지를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회담 분위기에 대해 “한중 관계 및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매우 진지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유익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이 3국 외교장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중일 3국 협력체제 발전이 양자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재확인했다”며 ‘양자관계 개선’을 언급한 한ㆍ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호적인 논의가 오갔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외교부 관계자는 전했다.

회담에서 윤 장관이 북한의 SLBM 시험 발사 도발 감행에 우려를 표하자 왕 부장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반대한다. 안보리 결의를 계속 엄격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장관은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고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G20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중국이 우호적 환경 조성을 위해 애쓰는 듯 했다”며 “3국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혼자 생각이 다르다고 판을 깰 수 없다는 공동의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hwas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