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중학생만 되면 대들어요˝|「어버이날」에 살펴본 부모·자녀간의 갈등과 해소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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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학생이 되더니 이제는 엄마가 뭐라고 물어도 대꾸도 안 해요. 싫은 소리를 하면 마구소리를 지르고 대들어요. 속수무책입니다』
중학교 1학년생 딸을 둔 30대 후반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서울 청소년지도육성회 상담실에는 1주일에 평균 4∼5건씩 이런류의 자녀와의 갈등을 하소연하는 어머니들이 있다.
이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더 이상 종래의 사랑·존경·순종·효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상태가 된지 오래다. 한국이 산업사회화하고 핵가족화가 진행될수록 종래의 유교적 가치관은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관이 성립되지 않은 상대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은 당사자들의 연령에 따라 그 양상은 차이가 나지만 깊어지고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김태봉교수 (이화여대 교육심리학)는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을 부모와 자녀의 연령별로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첫째는 자녀가 초·중·고 무렵에 겪게 되는 갈등, 두번째는 대학생 및 미혼시절, 세번째는 장성해서 결혼한 자녀와 노부모관계의 갈등.
자녀가 초·중·고 시절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의 주된 원인은 『학업성적』이라고 김인자교수(서강대 교육학)는 최근의 한 조사결과에서 밝히고 있다.
월간 『자녀교육』이 2백 50명의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또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공부해라』(49.5%)는 다그침이고 『TV 그만 봐라』(26%)는 잔소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자녀들은 자연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부모에게 비판적이 되면서 반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아들이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까 걱정이 더 많아요. 데모하면 어쩌나, 탈락되면 어쩌나, 속 시원히 말이라도 좀 했으면 좋으련만 엄마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상대도 안 해요』매일 잘못도 없이 아들 눈치(?) 보느라 여념이 없다는 가정주부 김혜리씨(45·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얘기다.
자신의 가정을 이끌고 있는 장성한 자녀와 노부모와의 갈등은 한층 더 심각하다. 우선 노부모와의 동거 부양, 고부문제, 가치관의 차이, 경제적 심리적 문제 등이 갈등의 요인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이 이윤숙 교수 (동덕여대 위생학)의 얘기다.
『요즈음은 자식시집살이 때문에 야속해서 우는 엄마들, 며느리 시집살이 때문에 한숨짓는 노인들이 많아요. 이것이 오늘의 한국 가족관계 갈등의 변천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고 정철희 서울 청소년지도육성회 상담 홍보실장은 얘기한다.
이러한 갈등 해소방안으로 김인자 교수는 『서로 마음을 튼 대화』를 든다. 김태련 교수는 갈등의 원인이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모 때문이다』고 진단하면서 최소한 부모는 자녀들의 발달단계에 따른 심리적 특성들을 알아 함께 대화하고 지도하며 요즈음 아이의 특성인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심을 버리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통해 더 큰 세상을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녀에의 지나친 기대와 집착과 관심은 갈등의 원인이 되지요. 부모들이 사회적 출세와 그 준비만을 강조하는 획일적인 가치관을 강요하지 말고 자녀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 스스로가 확고한 가치기준을 갖고 열심히 사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고 정실장은 말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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