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성역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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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서관은 대학의 성역입니다. 누구에 의해 점거되거나 일방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1일하오 닷새만에 문을 연 서울대 도서관을 찾은 최모군(21)은 흥분된 어조였다.『학교와 운동권학생 모두 반성해야 합니다. 대학의 상징인 도서관은 운동권학생의 농성 대상이 될 수도 없고 학교측의 마음대로 여닫을 수 있는 편의시설이 되어서도 안됩니다』
최군은 논문준비를 하고 있는 때에 도서관이 쉬는 바람에 자료조차 찾을 수 없어 며칠을 허송했다고 불평했다.
서울대는 지난달28일 전방입소교육을 앞두고 이를 거부하는 학생들이 도서관을 점거, 농성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달26일부터 입소일인28일까지 도서관을 휴관해 버렸다.
28일 두학생의 분신자살 기도사건이 발생하자 학교측은 또다시「당분간」도서관 문을 닫기로 결정했었다.
지난달 29일과 30일의 학생집회가 예상밖으로 흐지부지 끝나자 더이상 도서관점거농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30일하오 문을 다시 연 것이다. 『휴관할 때는 요란하게 공고문을 붙여놓고 개관은 학생들에게 알리지도 않은채 슬그머니 해버리는 학교측의 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닷새만에 문을 연 도서관은 1일 빈자리 하나 없이 들어찼다.
『공부하는 학생이 학교측의 주장처럼「말 잘듣는 면학학생」도 아니며, 운동권측이 비난하는「문제의식 없는 학생」도 아닙니다』
도서관휴관은 서로 자신들이 다수라고 생각하는「착각」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최군은 강조했다. <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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