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깊은 잠서 깨어날줄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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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재 우리나라 영화계의 규모가 25년 전인 61년도와 비슷한 규모로 퇴보한 것으로 나타나 요즘 영화계가 얼마나 불황인가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전국의 영화관수와 연간 영화제작 편수가 모두 61년도와 거의 같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는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잇달아 86년도 정기총회를 열었던 전국극장연합회(회장 이태원)와 서울시극장협회(회장 김창환)가 발표한 통계자료에서 밝혀졌다.
이들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영화관수는 61년도의 3백2개에서 점차 늘어나 한국영화의 전성기인 71년도를 피크로 최고 7백17개까지 늘었었으나 이후 다시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해 현재 3백14개(소극장제외)로 떨어졌다.
서울의 경우도 61년도의 56개에서 한때(72년도) 1백18개까지 증가했다가 다시 똑같은 숫자(56개)로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우리영화계의 규모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은 한해에 얼마나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느냐 하는 것. 이 연간 한국영화제작편수도 역시 60년대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61년 한햇동안 만들어진 한국영화는 총79편인데 85년 제작편수가 바로 이 수준인 80편. 70년에 최고 2백30편까지 만들어졌던 기록에 비하면 형편없는 퇴보다.
이같은 내리막길은 현재까지도 이렇다할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지난해 영화법개정에 따른 제작자유화의 물결에 따라 올들어 20여개의 영화사가 새로 생겨나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으나 과연 어느 정도 활발한 활동을 벌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동안 국민들의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1인당 관람회수를 볼 때 61년도에는 총5천8백만명이 극장을 찾아 국민 한사람당 한해평균 2·3회 영화를 보았었으며 68년도에는 1억7천1백만명이 관람, 평균 5·7회 영화를 본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총 4천8백만명이 극장을 찾아 한사람이 한햇동안 한번정도만(1·2회) 영화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증가까지 감안하면 관객의 외면추세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된다.
한편 우리영화사상 가장 많은 관객(서울개봉관기준)을 끌어들였던 한국영화는 77년도에 개봉됐던『겨울여자』로 58만5천7백75명이 관람했고, 외국영화는 지난해 95만5천9백94명을 동원한『킬링필드』였다. 그러나『킬링필드』는 할인·단체관객이 많아 순수한 일반관객 순으로는 79년도에 89만8천5백61명을 끌어들였던『취권』을 손꼽아야할 것이다.
영화평론가 김종원씨는 이처럼 한국영화계가 불황과 퇴보를 겪고있는데 대해『외형적으로는 7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컬러TV와 스포츠붐, 레저의 다양화 등을 들 수 있으나 우리영화계가 관객의 수준을 따라잡을 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씨는『영화인 스스로 소재를 개발하고 독창성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며 정부차원에서도 영화의 문화적 특성을 잘 이해해 경직된 심의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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