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면 임기 내 개헌-국회서 내용·시기 건의하면 반대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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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두환 대통령은 30일 낮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 이민우 신민당 총재, 이만섭 국민당 총재를 청와대로 초치, 오찬을 함께 하며 서구 4개국 순방 결과를 설명하고 개헌 등 시국문제 전반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건의하면 재임 중에라도 헌법개정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전 대통령은 이날 이민우·이만섭 두 총재로부터 재임 중에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듣고 『나 개인으로는 88년까지 현행 헌법을 지켜 평화적 정부 이양과 88년 올림픽 등 대사를 치른 후 국민의 뜻에 따라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그러나 여야가 국회에서 헌법 개정안을 비롯, 정치 일정 등을 합의해서 건의한다면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전 대통령은 또 개헌논의에 관해 언급, 『법과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개헌논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혼란과 무질서를 야기하는 가두 서명 운동은 중단해주기 바란다』 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신민당은 무조건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나 직선만이 민주이고 간선은 비 민주라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하고 『여야 대표들 의원 내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대안을 가지고 충분히 시간을 갖고 연구, 논의해 주기 바라며 당장 헌법을 바꾸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화에 역행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선출 방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문화·전통과 현실상황에 비추어 어떤 헌법이 가장 바람직한지 잘 연구해서 남북 통일이 될때까지 바꾸지 않아도 될 헌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정부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헌정제도연구위원회를 구성해서 그 연구결과를 국회에 넘겨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 대통령은 『촌각도 방심할 수 없는 우리의 안보 상황 아래서 대학생의 군사 교육을 의한 전방 입소 훈련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큰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입소 훈련의 목적과 취지를 더욱 잘 살리는 방법이 있다면 그러한 문제도 개선해 나가도록 관계기관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 대통령은 대학교수들의 시국 선언문제에 관해 『대표적인 지식인인 교수들이 시국문제에 관해 개인적인 견해를 밝힐 수는 있으나 집단적으로 정치적 견해를 표시함으로써 학생들을 자극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학부모들이 대학생 자녀가 데모에 휩쓸릴까봐 크게 걱정하고 있는 차제에 대학교수들이 학생들을 선도하지는 못하고 집단 행동에 휩쓸리는 일이 없도록 자제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교수들이 자기 위치를 지켜 학부모들의 염려를 덜고 학생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 문제는 학교 당국에서 처리할 일』이라고 밝혔다.
전 대통령은 KBS문제에 대해 『보도의 공정성 문제는 비단 공영 방송뿐 아니라 모든 언론기관이 항상 노력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고 전제, 『KBS보도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 나가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 이민우·이만섭 두 총재가 각각 단독 면담을 요청한데 대해 『기회가 닿는 대로 단독면담을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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