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수당 → 청년수당 갈아탄 35명…정책 혼선이 부추긴 모럴 해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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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지급하자 직권취소했고, 서울시는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에 주소지를 둔 일부 청년이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중 유리한 것만을 받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정책 쇼핑’이다.

서울시, 복지부 취소처분 대법 제소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했던 청년 가운데 35명이 패키지 과정을 이탈해 청년수당으로 갈아탔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가 시행하는 취업성공패키지와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조합하면 수백만원의 지원금을 더 챙길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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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는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처음 패키지에 참여하면 적성검사와 같은 취업상담·취업활동계획 수립 단계를 밟는다. 이때 정부는 20만원(저소득층은 25만원)의 수당을 준다. 취업계획이 수립되면 그에 맞춰 직업훈련을 받게 된다.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훈련비는 정부가 훈련기관에 지급해 구직 청년은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다.

여기에다 훈련수당으로 매달 40만원씩 6개월간 총 240만원을 준다. 직업훈련을 마친 사람에겐 직장을 알선해준다. 이때 면접비 등의 명목으로 월 20만원이 3개월 동안 지원된다. 취업성공패키지를 마치고 취업한 저소득층에겐 성공수당으로 100만원이 추가로 주어진다.

종합하면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청년은 3단계까지 현금으로 320만원을 지원받는다. 저소득층은 취업할 경우 총 425만원을 받는다. 물론 직업훈련비(200만~300만원)를 제외한 금액이다.

이에 비해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취업활동계획서만 내면 6개월 동안 월 50만원씩 총 300만원을 준다. 취업에 필요한 강좌 수강이나 구직 등은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 지원금을 받는 데 따른 특별한 강제 조건이 없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으로 갈아타면 훨씬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 청년수당으로 갈아탄 35명은 취업성공패키지의 2단계까지 마친 상태였다. 정부로부터 260만원의 현금과 200만~300만원의 훈련비 지원을 받은 뒤라는 얘기다. 이들은 서울시 청년수당으로 갈아타면서 총 300만원의 수당을 추가로 챙기게 됐다.

이에 따라 이들이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받는 현금 지원금은 560만원에 달한다. 취업성공패키지를 온전하게 수행하는 청년보다 24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정책쇼핑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서울시 간에 수혜자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청년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지만 이탈한 사람을 거르는 장치가 없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편 서울시는 19일 대법원에 복지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지난 3일 서울시가 청년수당 대상자 3000명을 선정하고 수당을 지급하자 “사회보장기본법상 복지부와 협의·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직권취소 처분을 내렸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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