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하러 나왔나"…손잡고 결승선 통과한 쌍둥이에 독일 여론 뭇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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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라톤 국가대표로 리우 올림픽에 함께 참가한 쌍둥이 자매 안나 하너와 리자 하너. [사진 안나하너 페이스북]

 
나란히 손을 잡고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한 독일의 쌍둥이 자매가 자국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열린 리우 올림픽 여자 마라톤에서 독일의 쌍둥이 마라토너 안나 하너와 리자 하너는 손을 잡고 결승선을 동시에 통과했다.

하너 자매의 활짝 웃는 얼굴에는 42.195km를 완주했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안나는 2시간 45분 32초로 81위, 리자는 1초 뒤진 기록으로 82위에 올랐다.

하지만 경기 후 독일 육상계와 일부 국민들은 하너 자매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쟁에 최선을 다 하지 않아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날 하너 자매는 그들의 개인 최고기록보다 15분 이상 뒤진 기록을 냈다. 금메달을 딴 케냐의 제미마 숨공(2시간 24분 04초)보다는 21분 이상 늦었다.

자매가 사이 좋게 결승선을 통과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기 위해 페이스를 조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독일육상연맹의 한 관계자는 하너 자매의 퍼포먼스에 대해 “올림픽 경기가 아닌 자선 달리기 대회를 마친 것처럼 보였다”면서 “독일 선수단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외적 요소로 주목을 받으려 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하너 자매가 어떤 광고 제의든 기꺼이 받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훈련 비용을 지원해줄 스폰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하너 자매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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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하너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글 전문. [사진 안나하너 페이스북 캡쳐]

안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록적인 면에서) 바랐던 결과는 아니지만 우리의 선수 생활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였다”면서 “이 순간을 위해 우리의 한계를 넘어가며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e메일을 보내 “우연히 결승선을 함께 통과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법같은 순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자신들을 비판한 독일육상연맹에 대해서는 “올림픽 출전에 아무런런 지원도 해준 적 없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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