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루프에 고개 내밀고 가다 참변…연줄에 목 베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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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독립기념일을 맞아 하늘 곳곳을 메운 연들.

자동차 선루프에 얼굴을 내밀고 가던 3세 여아, 4세 남아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22세 남성이 연줄에 목이 베여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 독립기념일에 발생했다.

17일 인도 델리 경찰 당국은 “지난 15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시민들이 연날리기와 연 싸움을 하던 중 산치 고얄(3)과 해리(4)라는 이름의 아이들과 자파르 칸(22)이라는 남성이 ‘만자’(manja) 연줄에 목이 베어 사망했다”고 밝혔다. 만자는 실에 유리 가루를 입혀 만든 중국 연줄로 천보다 값이 저렴하고 훨씬 튼튼해 인도에서 주로 연 싸움에 많이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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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도 델리에서 차 선루프에 고개를 내밀고 가다 연줄에 목이 베여 사망한 산치 고얄(3)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산치 고얄과 해리는 독립기념일을 맞아 각각 부모의 차를 타고 델리 여행을 하던 중 이 같은 봉변을 당했다. 고얄은 어머니의 무릎에 서서 선루프 바깥을 보던 중 우연히 인근에서 날고 있던 연줄에 목을 깊숙이 찔려 사망했고 해리도 부모의 차 선루프 밖을 보다 우연히 날아든 연줄에 목이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 현지 경찰 디펜드라 파탁은 “자파르 칸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목에 연줄이 감겨 넘어지는 과정에서 심각한 머리 부상을 입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날 3명 사망 사건뿐 아니라 부상자도 속출했다. 델리 동부 가지아바드에서 연 날리기를 하던 8세 소년은 연줄에 목을 다쳐 20바늘을 꿰매야 했고 경찰관 1명도 연줄에 목이 걸려 다쳤다. 뿐만 아니라 연줄로 인해 독립기념일 이전 3일 동안 새 500마리가 부상을 입었다고 현지 조류 시설이 전했다.

앞서 만자로 인해 지난 2년간 델리에서만 15명이 목숨을 잃고 새들의 죽음도 이어지면서 현지에서는 만자 사용을 금지하자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지난 10일에 이미 동물인권단체 PETA가 독립기념일 연날리기 풍습을 염두에 두고 델리 당국에 만자 판매를 금지할 것을 요청했지만 주 당국이 이를 무시해 만자 참사가 또 발생했다.

결국 3명이 죽고 나서야 주 당국은 만자의 생산 및 판매,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주 당국은 “천이나 천연 섬유로 만든 실만 허용한다”며 이를 어길 시 10만 루피(166만원)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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