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의 '화이팅' 떠오르게 한 "좋아요"…‘탁구여제’ 현정화의 혼신 해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좋아요!”

리우올림픽 탁구 중계에서 가장 익숙해진 환호성이었다.
SBS 해설을 맡은 현정화(47) 해설위원의 목소리다.

우리 선수가 득점을 할 때는 어김없이 "좋아요","그렇죠"가, 밀릴 때는 "괜찮아요,쫓아갈 수 있어요"가 주문처럼 터져 나왔다.

기사 이미지

그의 해설은 ‘응원 반,해설 반’이었고,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은 ‘선수 반,엄마 반’이었다.
경기 상황에 따른 선수의 심리까지 파악하는 해설은 전문가 중계의 묘미를 느끼게 했다. 왕년의 ‘탁구 여제’가 재림한 듯한 해설이었다.

19일 새벽(한국 시간) 펼쳐진 남자 단체전 한국 대 독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명품 해설은 절정에 달했다.

“제 눈에는 공이 늦게 가는 게 보이거든요…”
“저 선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어요, 저렇게 힘이 들어가면 근육통이 오거든요...”
주세혁-오프차로프가 맞붙은 2단식에서는 전문가 다운 분석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힘으로 몰아부치는 독일 선수의 공의 속도가 달라졌다는 점까지 분석한 것이다.

일반인은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보는 선수 출신 해설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 듯,“시청자 여러분도 자세히 보시면 보이실 거예요”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터질듯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을 우리 선수들을 향해서는 경험에서 나오는 애정어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망설이지 않아야 해요.” “‘너는 걸어라, 나는 받는다’는 마음으로 해야 해요.”

현정화 위원은 지난 9일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세계 1위인 중국의 마롱에게 아깝게 진 정영식의 경기를 해설할 때는 손깍지를 꽉 낀채 합장을 한 모습으로 해설을 했다.
정영식이 눈물을 보이자 “제 마음이 다 아프네요”라는 심경을 드러내 시청자들의 마음도 짠하게 했다.

현 위원은 1988년 서울올림픽 복식 금메달리스트다.
당시 세계 최장 중국을 상대로 열아홉 소녀의 가냘프지만 당차게 ‘화이팅’을 외치던 목소리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특히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의 리분희와 함께 남북 단일팀을 이룬 뒤 금메달을 딴 역사적인 경기는 이후 하지원과 배두나 주연의 영화 ‘코리아’로 제작되기도 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