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의 이해 <김흥규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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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3년동안 나는 김흥규 교수가 이 책의 초고를 놓고 학생들과 토론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이제 완성된 내용을 읽어보면서 나는 그 알뜰한 짜임새와 친절한 풀이에 재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교수는 구비문학과 국문문학과 한문문학 전부를 한국문학의 영역에 포섭하고, 문학의 갈래를 좌표적 개념 또는 개념의 장치로 보는 관점을 취하였다.
경기체가·가사·가전·몽유록·야담등을 중간적·혼합적 갈래에 귀속시킴으로써 교술적 갈래가 악장과 창가와 기술·의논류의 산문문학으로 명확하게 한정되었고, 구비문학도 종전보다 더 세심하게 서정적 갈래와 서사적 갈래와 희곡적 갈래로 집단화되었다.
문체가 발달하고 정착하는 과정을 설명할 때나 음보율의 해석모형을 구성할 때나 김교수의 시각은 항상 역사적이다. 재도지문의 기본전제가 내면화하고 다시 외면화하는 역사를 추적할 때나 판본문제를 구연에서 인쇄에 이르는 유통의 역사속에 편입 할때나 김교수의 시각은 항상 사회적이다. 그러므로 이책은 사회비평의 입장을 굳게 지키면서 내재분석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법으로 씌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분할하고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을 구분하는 논리에 반대하여 김교수는 역사적 삶의 문제들이 형성하는, 근원적 의미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그릇된 세계질서의 재편성을 통해 인류사의 이상에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민족문학의 실천적인 문제제기를 강조하였다. 김교수는 언제나 창작과 비평을 다같이 인식이며 동시에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민음사 펴냄·2백41쪽· 3천5백원>
김인환<고대교수, 국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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