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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들러 젖소 사육장 등 둘러봐|전 대통령 스위스방문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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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스위스 농가 시찰>
【제네바=고흥길 특파원】구주 순방 중 주말을 맞은 전 대통령 내외는 13일 낮(한국시간 13일 밤)숙소인 로잔에서 10여km 떨어진 뷔용의 세페 마을을 찾아 스위스 전형의 한 외딴 중산층 낙농가를 1시간 가까이 돌아보며 유럽 농촌의 풍요로움과 농민들의 근면성에 깊은 관심을 표명.
전 대통령 내외는 이날 4월 중순인데도 잔 설이 뒤덮여 있는 해발 6백40m의 세페 마을에 주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도착, 40ha(12만평)의 산간을 일구며 30마리의 젖소를 키우는「필립·퀴페르」씨(38)농가에서 젖소 사육장과 우유 채취 장·사료 저장고·농기계 창고·감자발아 창고 등을 세심히 관찰.
특히 전 대통령 내외는 고산지대에 겨울이 유난히 긴 악조건 속에서도 중농의 자리를 굳혀 도시인과 똑같은 문화생활을 누리며 6순의 부모를 모시고 사는 스위스 전형의「퀴페른」 씨의 농가 생활에 깊은 관심.
전 대통령 내외는「퀴페르」씨의 안내로 젖소와 목장을 한바퀴 돌아본 뒤『일가 6명이 남의 손을 빌지 않고 젖소 30마리를 키우면서 사료를 자작하고 하루 우유 5백∼6백ℓ씩을 생산한다』는 설명에 『「퀴페르」씨와 같은 근면성이 스위스를 세계 제일의 부 강국으로 만들어 놓은 원동력』이라고 격찬.
전 대통령은『오면서 보니 이곳에는 고산지대에 층층이 포도밭이 있는데 그와 같이 산지를 어렵게 경작지로 개간한 것이 오늘날 스위스의 풍요함을 이룬 것 같다』면서『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경작 면에선 조건이 좋은 편』이라고 지적.
전 대통령 내외는「퀴페르」씨가 감자 발아창고에서『감자의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한 보름쯤 창고에서 발아시킨 뒤 파종한다』고 감자 재배법을 설명하자『싹이 틔려면 따뜻한 곳이 좋다』면서『우리의 농촌이나 유럽의 농촌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부연.
전 대통령 내외가 농가를 한바퀴 돌 때쯤「퀴페르」씨의 외아들「니콜라」군(13·국교 생)이 건초용 기중기 등 농기계를 능숙하게 조작해 보이자『코흘리개 나이에 어른도 하지 않는 일을 훌륭하게 하고 있다』면서 농사일을 자랑스럽게 대물림하는 스위스 농촌을 칭찬.
전 대통령은「퀴페르」씨가 자신의 20여 평 남짓한 2층 양옥을 가리키며『노부모와 저의 부부, 그리고 아들 딸 등 2가족 6식구가 살고 있다』고 설명하자『우리는 그것을 한 가족이라고 하지』라고 말해 모두가 폭소.
전 대통령 내외는「퀴페르」씨 일가의 정으로 이들이 끓인 코피를 들었는데「퀴페르」씨는『평소에는 코피 값을 줄이기 위해 코피 3분의1에 코피 비슷한 야생초 3분의2를 섞어서 마시는데 오늘은 각하를 대접하기 위해 코피만으로 끓였다』고 설명.
전 대통령 내외는「퀴페르」씨 일가가 집에서 담근 포도주를 내놓자『메르시 보쿠』라고 불어로 인사.
아들「니콜라」군은『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대통령이 우리 집에 오신 것을 자랑하겠다』며 웃었는데 이날 전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들은 이웃사람들 10여명이 손을 흔들며 미소로 환영.
전 대통령은「퀴페르」씨 일가에 준비해 간 한국산 과일 한 상자와 대통령이 지녔던 라이터를 선물하고 기념촬영을 한 뒤 숙소로 귀환.

<교민 초청다과>
전두환 대통령은 12일 하오(한국시간 12일 밤)숙소에 교민40명을 초청, 다과를 나누며 약 50분 동안 환담.
전 대통령은『스위스에 처음 와 보니 아름다운 경치도 인상적이지만 산비탈까지 개간해 농토로 만든 것이 더욱 인상적』이라며『이같이 부지런한 국민성 때문에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잘사는 나라를 이룩한 것 같다』고 스위스의 첫 인상을 피력.
전 대통령은『외국인들은 우리국민을 개인적으로는 우수하나 단결을 못한다고 하지만 범을 많이 주고 약은 조금밖에 안주는 식의 처방』이라면서『4강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버텨 온 저력과 슬기로 우리도 세계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족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
전 대통령은『지금 국내에선 일부 학생 데모와 야당의 개헌요구로 다소 시끄러운 듯 보이긴 하나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로 발전하기 위한 진통일 뿐』이라면서『우리도 국민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민주주의를 착실히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피력.
전 대통령은『나는 7년의 임기를 마치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넘겨주는 선례를 꼭 세울 것이며 그러면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참뜻을 올바로 알게 되고 민주주의의 기반이 다져질 것』이라고 단임 의지를 거듭 밝혀 박수.
스위스 한인 회는 전 대통령에게 탁상시계를 선물.

<제네바 도착>
영국과 서독 공식방문을 마치고 12일 상오10시40분(한국시간 12일 하오5시40분)경유지인 스위스의 제네바 국제공항에 안착한 전두환 대통령 내외는 박 근 주 제네바·안재석 주 스위스 대사의 기내 영접을 받고 트랩을 내려 출 영 나온「그로베」제네바 주 수상 내외 등의 인사를 받은 후 교민 화 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눈발이 휘날리는 영하5도의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공항에는「전 대통령 내외분의 스위스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든 1백 여명의 교민들이 나와 열렬히 환영했으며 전 대통령 내외는 손을 흔들어 답례.
특별 기가 공항 활주로에 도착한 순간부터 스위스 경찰의 장갑차가 주변을 순회하며 특별경계에 들어갔고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스위스 정부군인들이 공항을 삼엄하게 경비.
이에 앞서 12일 상오 전 대통령 내외가 2박3일간의 서독 공식 방문을 마치고 본을 떠난 쾰른 본 공항에는 약 2백 명의 재 독 교민들이「전두환 대통령각하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플래카드와 전 대통령의 사진을 담은 피킷을 들고 나와 양 국기를 흔들며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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