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오판 방지에 불 영향력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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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리=주원상 특파원】전두환 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착의 핵심은 헌법 개정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권자가 현행헌법을 준수해서 평화적으로 정부를 이양하고 물러나는 전통을 세우는데 있다고 강조했다고 프랑스의 유력 신문 르피가로 지가 14일 보도했다.
유럽을 공식방문중인 전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르피가로 지와의 서면 회견기사에서 한국의 외교·안보·대북한관계와 국내 정치문제 등에 관해 언급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전 대통령은 이 회견기사에서 우리는 그 동안 8번이나 헌법을 고쳤고, 의원내각제도 채택해 본 일이 있고, 대통령 중심제도 실시해 본 경험을 갖고 있으나 평화적 정권교체를 한번도 이룩해 보지 못했다고 지적하고『따라서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착의 핵심은 헌법을 9번째 개 정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집권자가 헌법을 준수해서 정부를 이양하고 물러나는 전통을 세우는데 있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은『현재 개헌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대통령 선출방식을 직접투표로 하느냐,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으로 하느냐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국민의 뜻에 부합하고 한국의 실정에 맞는 민주적 방식이냐 하는 것은 각자의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과거에도 대통령 직선제를 실시해 본 일이 있고, 그때는 야당이 그것을 반민주적이라고 반대한 일이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한번도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전 대통령은『현행 헌법에 따라 88년 2월에 임기를 마치고 평민으로 물러난다는 것은 본인의 공약이자 변치 않는 신념이며 내가 조국에 바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헌 가운데 하나라고 믿는다』고 천명했다.
전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전쟁 재발의 오판을 하지 않도록 프랑스가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자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뜻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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