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기 왕위전] 이세돌, 장렬하게 전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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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37기 왕위전 도전자 결정국
[제11보 (166~185)]
白.李世乭 7단 | 黑.曺薰鉉 9단

사투는 이어진다. 상처투성이의 이세돌은 온몸을 피로 물들인 채 신장처럼 싸우고 있다. 曺9단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가만히 보면 이세돌은 젊은 시절의 曺9단과 꽤 닮았다.

"하수는 겁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역시 겁이 없어야 한다.

171로 패를 따냈을 때 李7단은 172에 패를 썼고 이수를 본 曺9단은 168의 곳을 이어 패를 해소했다. 쫓기던 흑이 오히려 백을 잡으며 살아가버렸다.

"수십집 졌겠군요"하는 소리가 들린다. "백은 어차피 못잡으면 지는거니까"하는 응답이 이어진다. 검토실에서도 승부는 알고 있다. 172로 두었지만 이 흑대마는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백을 쥔 사람이 이세돌7단이니까 혹시 무슨 재미있는 수가 나올지 몰라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174 이어 마지막 공방전이다. 177은 179쪽부터 두는 게 더 완벽한 수순이지만 아무튼 살기 위해선 '쌍립'이 필요하다.

177로 '참고도1'처럼 흑1로 두어 살려고 하는 것은 백8에서 사망. 이때 A와 B의 쌍립이 있다면 대마는 완생이다. 그래서 177에 둔 것이고 이수를 본 李7단은 178로 돌격한다. 몸속에 남은 에너지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내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179로 두자 드디어 응수가 끊겼다. 터져나오는 흑을 도저히 막을 수 없다. 180, 182는 비록 성립되지는 않았지만 재기가 번득이는 수. 185에서 드디어 李7단은 돌을 거뒀다. 항복이라기보다는 장렬한 전사에 가까운 투석이다. 더 둔다면 '참고도2' 백1, 3인데 흑4로 두기만 해도 안된다.

曺9단은 오랜만에 이세돌7단을 꺾고 도전권을 거머쥐었다(171=?, 173=168).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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