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 100개 매장 폐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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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시스 [중앙포토]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의 최대 뉴스는 미국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Macy's)가 100개 매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전체 매장(728개)의 14%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들 매장 대부분은 내년 초 문을 닫는다.

메이시스가 손을 든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온라인 쇼핑' 증가 때문이다. 메이시스가 매장에 찾아오는 고객에 집중하는 사이 매출은 6분기 연속 감소했다. 메이시스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온라인 쇼핑을 강화할 방침이다.

메이시스만이 아니다. 글로벌 유통거인인 월마트도 올해 269개 매장을 폐쇄하는 중이다. 대신 33억 달러(약 3조6000억원)를 들여 신생 온라인 쇼핑몰인 '제트닷컴(Jet.com)'을 인수키로 했다. 변화의 중심엔 세계적 온라인 쇼핑업체로 부상한 아마존닷컴이 있다. “아마존이 모든 이의 점심을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CNN머니)이다.

온-오프라인 유통 전쟁에서 오프라인 매장들의 패퇴는 가속화하고 있다. 한때 최대 스포츠용품점이었던 스포츠 어서리티(Sports Authority)는 파산신청 뒤 450개 점포를 모두 폐쇄하고 있다. 사무용품 업체 오피스 디포는 300개, 종합소매업체 케이마트는 68개 매장의 문을 닫는다.

이런 상황은 그저 유통업계의 산업 지형을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첨단기술과 전문지식 없이도 찾을 수 있었던 안정적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 올해 발표된 소매업계 해고 인원만 4만4000명에 달한다. 이번 메이시스 감축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물론 다른 유통업체에서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올해 온라인 업체에선 약 1만5000개 일자리가 추가됐다. 홈디포 등 가정용 인테리어 매장에선 약 1만7000개가 늘었다. 티제이맥스(T.J.Maxx) 같은 할인매장들도 사정이 낫다.

기존 유통 강자들이 모두 공룡처럼 멸종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미국 사례를 보면 국내 유통업계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닥칠 수 있다. 관건은 노동시장 유연성이다. 폐쇄된 매장 직원들이 다른 분야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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