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늦깎이 투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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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느니 TV 켜길 잘했네’. 오늘 새벽 이런 생각 한 국민이 많을 듯싶습니다. 장혜진의 ‘신(新) 양궁여제’ 등극 장면 덕분일 터입니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2관왕의 주인공이 된 장혜진의 투혼이 더 감동적인 건 좌절과 아픔을 이겨내고 늦깍이로 꿈을 이뤄서입니다.

장혜진은 한국 나이로 서른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김수녕이 여자양궁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열일곱 나이였으니 한참을 돌아온 셈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활시위를 당긴 장혜진은 중학교 때는 전국대회에도 못 나갈 정도였습니다. 4년 전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4위에 그쳐 런던올림픽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하지만 158cm의 작은 거인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좌절을 딛고 운동선수의 꿈인 올림픽 무대에 우뚝 섰습니다. 양궁을 시작한지 18년 만입니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았다”는 장혜진의 금메달 소감이 길을 못 찾고 힘겨워하는 ‘헬조선’의 청년들에게 큰 울림이 될 듯합니다.

모처럼 국회가 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야 3당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추경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들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한 겁니다. “리우에서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있어 국민이 더위를 잊을 수 있는데 국회에서는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아 국민이 매우 덥게 지내고 있다”는 정 의장의 ‘압박성 발언’이 논의에 물꼬를 텄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여야간 이견으로 추경 처리가 늦어져 애태우던 정부는 최대한 빠른 집행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조만간 11조원 규모의 추경 재원이 구조조정과 일자리 지원 등에 풀릴 걸로 보입니다. 집행 시기 지연으로 추경의 효과가 반감되는 일은 없어야겠지요. 정치권의 협치(協治)가 긴요함을 새삼 일깨우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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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1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단행했습니다. ‘절제된 사면’이란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정치인 배제와 재벌총수 등 경영인 최소화 원칙을 고수하고 중소상공인과 서민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는 겁니다. 나름 엄격한 사면 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문제는 사회통합이나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내세운 사면의 실효성이 여전히 미지수라는 겁니다. 사면 받은 뒤엔 얼굴색이 바뀌는 일이 되풀이되기 일쑤입니다. 사면의 기본 취지가 퇴색하지 않으려면 해당자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경제살리기에 힘을 보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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