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위주의 산림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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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봄기운이 무르익으면서 또다시 국민 식수 기간을 맞았다. 산림청은 지난 21일부터 한달간을 범국민 식수 운동 기간으로 정해 1억 그루가 넘는 장기수와 속성수·가로수 등을 전국에 심기로 했다. 여기에 드는 총 사업비는 3백25억원이며 상당 부분이 정부 투자로 이루어진다.
이 기간에 심을 나무들은 정부가 해방 후 줄기차게 권장해온 낙엽송·잣나무 등 이른바「10대 경제수」들이고 이밖에도 올림픽을 대비한 가로수와 무궁화나무 등이 대종을 이룬다.
해마다 나무 심는 일이 이처럼 되풀이되지만 우리 나라 산지의 자원화는 아직도 요원하고 임산물의 해외 의존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해방 후 1백억 그루가 훨씬 넘는 나무를 심었지만 인공 조림 지역은 얼마 되지 않고 산림 축적량이 얼마쯤 늘어났다고 하나 매년 나무 수입에 5천억원 이상의 외화를 낭비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도 없다.
이웃 일본은 현재 목재 자급률이 36%이고 6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15년 후인 21세기에는 국산재 시대를 열 계획을 하고 있어 우리와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전국토의 67%나 차지하고 있는 산지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나라가 산림 빈국을 못 면하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산림 정책의 부재 탓이다.
조림과 육림 기술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은 채 걸음마 단계를 걷고 있으며 경제 수종의 개발도 전혀 진전을 못보고 있다.
목재 이용 기술도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이 조림과 육림 기술을 꾸준히 개발, 나무 성장율을 2배 이상 늘렸고 목재 이용 기술도 다양하게 개발해 쓸모 없던 나무를 효용이 높은 것으로 제품화하고 있는 것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우리 나라 산림청이 막대한 인원과 예산을 쓰고 있으면서 그 동안 이루어 놓은 업적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미국과 일본이 규제 중심이던 산림 정책을 일찌기 전환해 국민의 산림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 민간 부문의, 투자를 극대화한지도 오래됐다.
미국만 해도 산림 투자 이익율이 연간 14%로 은행 금리를 앞질러 다른 어느 부문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면서 산림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산림 융자는 물론 보조금도 우선해서 지원하고 있으며 나무 품종을 꾸준히 개발해 일반에게 보급해 주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 산림 행정이 마치 규제 행정의 표본처럼 되어 있어 산림 투자 의욕을 북돋우기는커녕 오히려 저상시키고 있다.
조림을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을 뿐이다. 산지 투자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어야 하고 회임 기간도 20∼40년이 되는 사업을 애국심으로 권장하는 것은 누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산지의 자원화는 지금부터라도 늦지는 않다.
산림에 투자하는 길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유리하고 안전하게끔 산림 시책을 도출하면 전망이 어두울 수만은 없다.
규제 행정도 과감히 풀어 급부와 조장, 자율 행정으로 탈바꿈하고 성장율과 수익성이 높은 수종을 개발하고 목재 시장의 유통 구조를 개선, 너도나도 산림 투자에 눈을 돌리게끔 유도하는 장기 안목의 산림 정책 수립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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