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여류협회 새회장 김남조씨 | 우리문학은 보다 내밀한 인간성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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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여류문인 1백5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여류문학인회 회장으로 추대된 시인 김남조씨 (58) 는 『이자리가 문학적 연조에 따라 한번 거쳐 지나가는 자리인만큼 회원간의 친목을 더 돈독히 하는데 하나의 지주역할만 충실히 할생각』이라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해마다 열고있는 주부백일장은 여류문학인회의 큰 행사중 하나다. 시·산문부에서 각각 우수상을 내고 두부분을 통틀어 장원을 뽑는다.
20년동안 40여명의 주부가 뽑혔고, 그중 몇명은 문필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주부백일장은 문학과 여성을 가깝게 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부들에게 자기를 성찰하고 내면을 응시하게 하며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데 뜻이 있을것 같습니다』
문학단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문학, 나아가서 문화운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교류에 의해 보다 깊은 이해에 이르는 측면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단체라면 인간적 마찰이 있을수 있지만 상처를 통해 보다 깊은 인간적·사회적 겅험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갖는다』고 한다.
53년 시집 『목숨』으로 문단에 자리잡은(첫 작품을 쓴것은 이보다 빠르지만 스스로 데뷔를『목숨』출간때로 생각한다)김씨는 『처음에는 감상적 비관주의의 시를 썼으나 차츰 삶의 본질을 추구하는 자세가 되었다』고 그의 문학을 말한다.
김씨는 대학4학년때 (서울대사대) 6·25를 겪었다. 첫시집 『목숨』에는 상처받고 다치더라도 죽지만 않으면 되는 생명의 마지막 줄을 잡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톨릭신자인 김씨는 가톨릭적 가치관인 「절망에 빠져들지 않는다」 는 정신에 의해 스스로를 세워나간 것으로 보여진다.
『삶의 깊은 의미에 천착해 나가자는 것이 차츰 시세계로 굳어져갑니다. 사랑이나 신앙도 결국 삶의 존귀함을 넘어서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단맛이 우러난다는 것, 고통의 그밑에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김씨는 생각해왔다.
김씨는 『겨울바다』 등 10권의 시집과 10권의 수필집을 냈다. 『아가』등은 그가 아끼는 작품이다.
우리문학에 대해 느끼는 것이 있다면 좀더 인간의 본질성·인간성에 대한 깊은 침투를 다 함께 해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본질인 속살은 그냥두고 표피에다 가설을 세우고 떠도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또 유행적 경향에 편승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말한다.
『문인은 엄정한 자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자기의 육성과 색채가 먼저있고 그다수의 개성위에 그것을 총괄하는 시대정신이 생겨난다고 보지요』
김시인이 오늘의 현실을 보는 눈은 인간과 인간이 분리되어서는 안되고 커다란 의미에서의 화해를 이루어 나가도록 해야하며 문학도 그 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30년간 숙명여대에 있었다.
『교직자는 한 학교에 오래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랜시간이 지난후 학교에 찾아오는 제자들을 맞아줄 스승이 있어야겠지요』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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