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수출늘어 수입 급증한다|기계류 원자재 많이 들여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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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수입이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원유값이 떨어져 기름수입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도 금년들어 수입 증가율은 20%(1∼2월)선을 넘어섰다.
줄어야할 수입이 오히려 왜 이처럼 크게 늘고 있는 것인가. 첫번째 원인은 경기의 동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봐도 경기가 오름세였을땐 언제나 수입이 늘어났었고 내림세였을땐 수입도 위축현상을 보여왔었다.
특히 제조업쪽의 투자가 심한 기복을 보이면 수입도 예외없이 함께 움직여 왔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설비투자에 근간을 이루는 기계류의 수입 의존도가 무려 80%(무역협회분석)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전체 GNP성장률도 4%선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특히 제조업부문의 성장률이 전년의 3분의1 수준으로 뚝 떨어졌었다.
투자위축이 결정적인 요인이었고 그결과로 수입증가는 1. 6%에 불과했었다 (수출목표 3백억달러 달성을 위해 변칙적으로 수입했던 수리용 선박을 제외하면 작년수입은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
두번째는 수출과의 함수관계다. 주요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만큼 수출이 늘면 수입도 함께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지난 82년에 수입이 전에없이 7·2% 감소현상을 보였던것도 수출증가율이 전년의 21. 4%에서 2. 8%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수입동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투자와 수출, 모두가 최근들어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수입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할 것이다.
사실 경제성장률을 7. 5%목표로 잡아놓고 수입증가율4. 5%선으로 억제시키겠다는 정부계획자체가 애당초부터 무리였었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경기가 좋을때는 수입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의 약2. 3배(76∼79년) 나 됐었다. 이 기준대로라면 올해 수입증가율을 10%선에서 억제하기도 결코 쉬운일이 아닌 셈이다.
국제원유값이 떨어지면 물론 수입부담이 크게 준다. 정부시산으로도 금년 한해동안 9억달러의 수입부담감축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인하가 국제경기를 부추겨서 생겨나는 유발수입도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이 상공부측의 분석이다.
특히 투자쪽에서 얼마만큼 활기를 띨 것이냐가 올해 수입동향의 최대관건으로 작용할게 틀림없다. 최근 상공부 조사결과대로 제조업투자증가가 40%선을 실현할 경우 수입급증은 불가피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경기가 한창 내리막길일 때 다급하게 만들었던 시나리오였던 만큼 「투자심리」가 문제이지 「투자여건」 면에서는「무제한· 무조건」 이라고 할 만큼 전에 없이 좋다.
수출을 의한 시설투자와 부품개발이나 기계류의 수입대체를 한다면 무한정으로 돈을 대어주게 되어있다.
바로 이것들이 모두 수입증가로 직결되는 요인들이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목돈투자를 하면 수출은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공장을 차리는데 필요한 기계수입등이 당장 늘어나기 마련이다.
수입 대체 역시 마찬가지다. 부품국산화에 박차를 가할수록 그동안 안사봤던 더 좋은 기계, 더 비싼기계를 사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엔화 강세현상까지 뜻밖의 수입증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부품이나 기계류등 일본에서 엔화로 사다쓰는 기업들로서는 엔화 강세로인해 작년초에 비해 수입가격 부담이 50%이상 더 불어나게 됐다.
일본기계값이 비싸다고 해서 당장 수입선을 바꿀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게 못한 경우 수입강세에 따른 환차손이 그대로 수입증가로 전가된다.
더우기 우리의 수입통계는 미달러 기준이므로 엔화로 지불한 수입금액은 약세통화인달러로 환산되면서 간단하게 불어나게 되어있다.
최근 대일본 수출입 실적을 봐도 이같은 현상이 금방 드러난다. 엔화강세에도 불구하고 대일본 수출증가율은 금년들어 1, 2월중에 10. 8%에 그쳤는데 반해 수입증가율은 27. 1%에 달했다.
그것도 1월에는 10. 8%였던 것이 2월 들어 45%로 크게 뛰어올랐다(기계류수입은 77. 4%나 늘어났었다). 이에따라 대일본 무역적자는 금년 두달 사이에 벌써 7억 1천 3백만달러 (수입 13억6천5백만 달러·수출 6억 5천 2백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작년같은 기간의 대일본 무역적자는 4억8천만달러 밖에 안됐었다.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입자유화정책 또한 주목거리다. 계획대로 예시된 품목이 7월부터 자유화되면 수입관리가 가능한 대상은 금액기준으로 25%에 불과해 진다.
3저의 호기를 계기로 기계나 부품의 국산대체가 촉진되어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국제수지에 큰보탬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마이너스요인도 있는것이다.
상공부 당국도 이런 추세라면 수출은 당초목표치였던 3백 30억 달러를 조금 넘어서는 반면 수입은 목표치 3백 25억 달러보다 15억 달러가 많은 3백40억 달러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장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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