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백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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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엔화 강세는 언제, 어디까지 갈까.
지난해 9월 G5 (미·일·영·독·불 재상) 회의 이후 엔화는 달러 당 2백20엔, 2백10엔, 2백엔, 1백90엔, 1백80엔…으로 계속 치솟아, 그 동안 어떤 예측이나 기대도 적중하지 않았다.
엊그제는 또다시 1백74엔까지 올랐다. 이것은 1978년 10월31일의 기록 (1백75·5엔)을 깬 사상 최고였다.
그러나 엔화는 아직도 『움직이는 표적』 (뉴욕 타임즈 기사)처럼 누구도 쉽게 쏘아 맞힐 수 없는 상태다.
지난 주말 헤럴드 트리뷴지 (국제판)의 『경제 전망』 칼럼은 향후 3, 4년 동안 엔화 값이 달러 당 1백엔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하고 있었다.
60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브루킹즈 연구소 수석 연구원 「로런스·B·크라우스」가 바로 그 주장의 장본인이다. 일본 경제 권위자인 그는 엔화 강세 강행의 근거로 미국의 무역 적자를 지적했다.
지난해 미국은 연 1천5백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그 가운데 5백억 달러는 대일 무역에서 빚어진 적자였다.
이 적자 원인 분석은 「싼 엔화, 비싼 달러화」라는 것이 공통된 정설이다.
그럼 달러화와 엔화의 환율은 어느 선이 적정선인가.
여기엔 모범 답안이 아직은 없다. 『움직이는 표적을 쏘는 것 같다』는 수식어에만 모두 머리를 끄덕일 뿐이다.
이런 가운데 「크라우스」는 「1달러=1백엔」의 근거로 1978년의 미국 무역수지를 얘기했다.
바로 그해 미국의 무역 적자는 1백50억 달러였다. 「크라우스」는 이 정도면 대외 균형이 이루어진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무역수지를 앞으로 1천3백50억 달러나 줄여 가려면 일본 엔화는 1백엔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계산이다.
좀더 계산 근기를 밝히면 미국은 앞으로 4년 동안 다른 나라에서 꾸어야할 돈 (대외 차입금)이 6천억 달러에 달한다. 그 이자만 해도 연평균 5백억 달러나 된다. 이것을 벌충 (보전)하기 위해서는 달러 값이 10∼15%는 더 떨어져야한다. 그 환율이 「1달러=1백30엔」이다.
반대로 일본은 채권이 많아 외국으로부터 이자가 쏟아져 들어와 비 가격 면에서 국제 경쟁력이 높아지는 데다가 석유 값 하락과 원재료 수입가가 떨어져 무역수지가 더 늘어날 것이다.
그것까지 계산에 넣으면 「1달러=1백엔」은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리 나라는 이런 논란을 보며 두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엔화 강세가 오래갈 것이라는 예측이고, 다른 하나는 대일 수입 대체 투자만이 우리 경제의 살길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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