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부동산 투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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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날씨가 풀리자마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은 다분히 예방적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제반 경제 여건들은 이 같은 예방의 필요성을 요구할 만큼 투기적인 분위기가 성숙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지난해 4·4분기부터 과열의 기미를 보여온 증권 시장은 연초 들어서도 열기가 식지 않고 계속 폭발적인 장세를 유지해온 점과 회사채와 국공채를 중심으로 한 금융 상품의 거래가 계속 활기를 띠고 있는 점이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충남 서산·온양·대천과 경기 평택 등에서 서서히 땅 값이 움직이기 시작한 점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지난 2월 중 전국의 지가 평균 시세는 84년 말에 비해 8% 남짓, 작년 말에 비해서는 1.8% 밖에 오르지 않았고 6대 도시의 주택 가격은 0.5%, 특히 서울 집 값은 1.2%나 떨어졌다.
이 같은 땅값 추세는 최근 수년간의 인플레 진정 기미와 강력한 투기 억제 시책의 결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문제된 경기 일원의 땅값만은 지난해 중 많이 오른 곳이 대지 67%, 전답 60%, 임야는 86%나 오르는 등 매우 이례적인 현상을 보였다.
이런 현상은 언뜻 보기에 국소적인 현상 같지만 투기의 뿌리가 여전히 남아 있고 서울 일원보다는 지방으로 투기가 확산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자료일수 있다.
더우기 우려되는 것은 지난해에 20% 넘게 늘어난 시중 유동성이 인플레의 잠재 요인화 되어 있는데다 올 들어서도 계속 통화 증가가 멈추지 않아 제2금융권까지 포함한 총 유동성은 전년 동기비 2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총통화 기준으로도 14% 가까운 증가율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통화 사정은 잠재적인 인플레 소지를 축적해갈뿐 아니라 조만간 기회만 있으면 투기화 할 공산이 커지는 법이다.
지난해 중에는 다행히 저축 시장과 금융 상품 시장으로 부동 자금이 많이 몰려 큰 부작용이 없었다. 그러나 올 들어 나타난 증시의 폭발적 장세나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 3저의 기대감과 경기 호황 전망 등이 겹쳐져 이들 과잉 유동성이 투기 자금화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과잉 유동성의 생산적 환수가 지금으로서는 매우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어 있다. 우선은 통화 공급 경로를 정돈하여 필요한 양만큼만 적소에 공급하되 생산 자금 우선으로 배정하는 한편 다양한 금융·저축 상품을 계속 개발해 내어 돈이 금융 시장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금의 수요측면에서는 3저의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설비 개체와 기술 혁신 투자 수요가 높아질 것이므로 통화 정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매우 긴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토지 투기 심리를 자극할만한 지역 개발이나 정부사 업의 집행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확정되지 않은 개발 계획을 발표하거나 자주 수정할 경우 민간의 투기 심리가 자극 받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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