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자본주의의 복원 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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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실시된 프랑스 총선은 예상대로 보수우파의 승리로 끝났다.
이것은 좌익 사회주의에 대한 우익 자본주의의 강점과 복원 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을 뿐 아니라 권력의 집중화를 기피하는 프랑스 국민의 민주 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 프랑스에는 현직의 좌파 대통령에 새로이 우파 의회와 내각이 등장 「좌우 연립」 내지 「좌우 공존」의 정치 실험이 불가피해졌다.
81년에 등장한 지금의 「미테랑」 사회당 정부의 시정은 사회주의 정권답게 지방 분권화와 산업 국유화에 역점을 두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좌선회 정책은 불과 1년의 시행 과정에서 많은 착오를 일으켜 행정 능률과 정제 성장에서의 저하를 가져왔다.
사회당 집권 이전 10년간 (71∼81년)의 프랑스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2.7%였으나 집권이후 10년간의 평균 성장률은 1.1%에 그쳤다.
「미테랑」 정부는 이를 만회키 위해 다시 우선회 정책을 섰지만 인기는 더욱 떨어졌다.
이 같은 좌파 정책의 시행 착오와 그로 인한 우선회의 유례는 70년대의 일본을 비롯하여 유럽의 여러 선진국 선거에서 볼 수 있었다. 「좌익 도미노」가 아니라 우익의 역 도미노라는 말까지 있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프랑스 공산당이 50년만에 최저의 득표율을 보인 반면 극우파 국민 전선 (FN)이 예상을 뒤엎고 30여석을 확보,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하게된 점이다.
이것은 사회주의의 한계와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다시 한번 입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묘미는 우파 압승의 예상을 뒤엎고 신승을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파에 승리를 안겨줌으로써 좌파 대통령의 권력 강화를 견제하는 반면 그 승리를 신승에 그치게 함으로써 대통령의 지나친 약화에서 오는 혼란을 막아보려는 프랑스 국민의 정치 기술인 것도 같다.
「미테랑」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2년 정도 남아 있다. 이 시기는 좌우 권력의 상충과 그로 인한 정치적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결의 시기를 프랑스 정치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은 세계의 관심사다.
전통적으로 프랑스는 국권과 민권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민권이 우월하여 사회 혼란이 일면 「드골」같은 국가주의자를 등장시켜 이를 수습하지만, 국권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집권자를 과감히 교체해왔다.
프랑스에 정변이 잦고 정치 혼란이 만성화됐던 것은 그런 정치 풍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거나 민권이 약화되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국민의 정치적 지위는 계속 향상돼 왔다.
그런 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프랑스가 다시 한번 정치적 시련을 겪게될 것 갈다.
민주 발전과 정치 안정을 지상의 정치 과제로 안고 있는 우리도 프랑스의 정치 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교훈을 얻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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