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늘의 사상가」는 누구인가|르 피가로지,「사상가들의 황혼」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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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알베르·카뮈」「장·폴·사르트르」「자크·라캉」「미셸·푸코」「레이몽·아롱」등이 타계한 지금 프랑스지성을 대표할 사상가는 누구인가.
파리의 르 피가로지는 최근「사상가들의 황혼」 이란 재목으로 특집을 마련, 구조주의철학자이며 인류학자인「클로드·레비-스트로스」(78)가 현존하는 프랑스의 마지막 사상가로 꼽힐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대사상가의 시대는 종말을 고한것 같다고 진단했다.
오늘의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일컬어지고 있는「레비-스트로스」자신도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고뇌를 해결해 줄수 있는 가장 간단한 해답은 『가장 간단한 해답이란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고 사는 것』이라고 밝히고 이제 사상가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레비-스트로스」의 회견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나는 스스로 사상가라고 생각해본 일이 없다. 현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이 고뇌하는 기본적인 문제들, 특히 특정문제들을 연구하는 장인일 뿐이다.
나는 한때 정치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일이 있다. 그때는 정치가가되려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충격적이고도 우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늦은 사춘기때, 아주 젊었을때 사상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꿈을 가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잠시 나를 스쳐갔을 뿐이다.
사상가란 것은 무척 프랑스적인 독특한 것이다. 앵글로 색슨계에서는 사상가라고 불리는 사람이 없거나 있더라도 극소수다. 사상가의 출현은 아마도「볼테르」나 「루소」와 함께 18세기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같은 현상이 발전해서 19세기를 통해 유지됐다.
「위고」를 최초의 대사상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는 사상사전문가가 아니어서 어떠한 사회적 조건이 사상가를 낳게 하는지 정확히는 말할수 없으나 사상가란 개념은 합리적인 사고의 노력을 모든 문제들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생각, 즉 카르테시아니슴(데카르트철학)에서 간접적으로 나온 것같다. 그러나 한 개인의 사고가 다른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사르트르」는 의심할 나위 없는 사상가였다. 「라캉」역시 어떤 분야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사상가였지만 그는 개개인의 생에 깊은 관심을 가졌었다. 「푸코」나「바르트」는 이른바 사상가가 돼가는 과정이었다.
사상가가 철학자에서 나왔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철학이 여왕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인간정신의 성찰능력과 창조능력의 가장 큰 표현인 현대과학의 엄청난 발전앞에서 철학은 이제 가장「무게있는 것」은 더이상 아니게 됐다
위대한 과학자, 위대한 의사, 위대한 작가 가운데서도 위대한 사상가를 찾을수 있다.
나의 사고에 영향을 준 사상가론 「루소」「샤토브리앙」「마르크스」「프로이트」가 있었다. 가장 최근의 인물 중에서 찾는다면「프루스트」가 있지만 그는 사상가완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한편 르 피가로지는 프랑스 사상계의 떠오르는 별로 프랑스 신철학의 기수「베르나르-앙리·레비」(38) 와「필립·솔레르」(50)·「자크·아탈리」 (43) 를 지목했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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