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와 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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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차가와 자지러진
동짓달
기나긴 밤은
쓰라린 바다 밑에
소금기둥 되었을까
큰 파도
뒤집어 쓴 채
얼음기둥 되었을까.
벼랑 끝에 환생하는 먼 그적
임의 달은
열두 번 혼절한 명치
혈 뜨는 금침인걸
폭포도
못 넘는 격조
어지러운 갈매봉아.
오장을 다 쏟고 가을은
창에 눕는데
홀연히 손끝에 떠는
수국빛 바람의 의미
절도에
일으킨 등대불
이 밤
나를 꿰뚫는다.

<약력>
▲1933년 경북김천 출생▲72년『월간문학』신인작품상 당선으로 문단에 오름▲현재 한국문인협회강사, 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 국제펜클럽, 한국여류문학회회원, ▲시조집『시간에 기대어 흐르는 사랑을 듣네』로 제1회 (84년) 송강시조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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