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둘러싸고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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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민간 업계 및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월 2회씩 열고 있는 금요회 (민관 경제 사회 협의회)의 14일 회의에서 금진호 상공부장관이 갑자기 기술 행정 체제 문제를 들고 나와 금 상공과 전학제 과기처장관이 설전에 가까운 토론을 벌이는 바람에 참석자들이 어리둥절.
「기술 개발 촉진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김만제 부총리를 비롯, 재무·상공·과기처장관 등 4명의 각료와 업계·연구기관·언론계 인사 등 모두 15명이 참석, 먼저 업계의 의견을 듣고 관계 장관이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금 상공이 발언할 차례가 되자 『산업에 지원될 수 있는 자금을 상공부에 한몫 떼어줘야 한다』고 서두를 꺼낸 뒤 『차제에 기술 행정의 현행 체계가 최적이냐는 문제를 얘기해보자』며 『기술 조합 23개 중 21개, 기업 연구소 1백84개 중 1백47개가 상공부 소관이다. 이것을 모두 과기처가 관장하고 있으나 기초적인 연구만 과기처가 맡고 기술 조합·연구소는 상공부와 관련성이 더 크니 상공부가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 연구소의 성격에 따라 그 산업을 관장하는 부처에 넘겨주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관할권 이관을 강력히 요구.
이에 대해 전 과기처 장관은 『과기처가 민간 연구소를 맡은지 3년만에 겨우 성과가 나기 시작하는데 다시 소관 부처를 바꿀 수 있겠느냐』며 『당분간 현 상태로 키워 나가는게 바람직하다』고 반론,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날 공방전을 이로써 끝났으나 일부 참석자들은 『금 상공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 해도 그런 문제는 경제 장관 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논할 일이지 구태여 금요회의에서 꼭 꺼낼 이야기냐』고 한마디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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