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증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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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스피린은 세계인의 상약이다. 미국사람은 이것을 먹어야 하루 일을 즐겁게 해낼 수 있다고 까지 말한다. 특히 기분이 너버스(긴장)되어 있는 상태에선 아스피린이 혈관 확장 작용을 해 여간 효과적이 아니다. 감기를 진정시키는데 이보다 좋은 약이 없다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바로 그 아스피린 병에 「경고표지」가 붙게 되었다.
미 식품의약국(FDA) 의 결정에 따르면 아스피린이 소아병인 라이증후군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이제까지 위산과다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만 알려져 왔었다.
작년 미 하원의 「헨리·왁스먼」 의원이 아스피린 함유 제제에 이런 경고문을 붙이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도 있다.
『이 제품은 21세 이하의 수두환자, 독감환자 또는 감기증상 환자들에게 투여되어서는 안 된다. 이 제품에는 아스피린 또는 기타 살리실산염이 함유돼 있는데, 이 성분은 매우 심각하고 흔히 치명적인 소아질환인 레이씨병 발병과 강력한 관련성을 지녔다.』
그 법안은 작년 10월 31일 미 하원의 에너지상업보건소위를 통과했다. 이번 FDA의 결정은 그런 하원의 결의를 뒷받침한 것이다.
82년 이미 미국 소아과학회는 학회지 패디애트릭스 6월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아스피린을 사용할 경우 라이증후군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때 랠프 네이더 건강연구소 등 4개 의학단체는 미국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한 5, 6세 어린이 중 매년 6백∼1천 2백명이 라이증후군을 앓았으며, 그중 30%가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라이증후군(Reye's syndrome)은 63년 호주 알렉산드라병원의 법리학자 「라이」등이 임상병리학적 입장에서 보고한 소아질환이다.
미국에서는 뇌 장해를 남기는 감염증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플루엔저나 수두 등 바이러스 감염 후에 구토, 의식장애, 경련을 수반한다. 치명율이 높을 뿐아니라 낫더라도 뇌 손상을 수반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84년 미 질병통제센터(CDC)는 수두나 독감에 걸린 어린이가 아스피린을 먹을 경우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5배나 라이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일본 후생생도 작년 10월 아스피린 사용에 신중하라는 지시와 함께 일본에선 81년 10월부터 83년 3월까지 51명의 라이증후군 환자가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의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70년 첫 환자가 보고된 후 78년이래 6년 동안 74명이 입원, 그중 53%인 39명이 사망했다.
세상에 완전한 약은 없다. 만병통치약처럼 인정받고 애용되던 아스피린도 이제 득과 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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