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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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심심치 않게 구설수에 오른다.
「대통령」 이라는 자리를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아연하고 만다. 지난달 28일의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기자들의 거센 질문 공세에 그만 『×새끼들』 (Sons of bitches)이란 욕설을 입밖에 내놓고 말았다.
「비치」란 말은 음부, 매춘녀를 뜻하기도 하니까 고약한 뉘앙스가 있다.
물론 그 말은 기자들의 귀에까진 들리지 않았지만 TV 방송의 녹음 테이프에 수록돼 물의를 빚었다.
「스피크스」대변인은 그럴 리가 있느냐면서 대통령이 『날씨 좋고 돈도 많고』 (It's sunny and you're rich) 라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멋진 변명을 했지만 역시 실언의 여운은 쉽게 지워지진 않는다.
「레이건」 의 실언 경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브라질 국민들을 「볼리비아 국민」이라고 부르고, 워싱턴을 방문한「도」 라이베리아 국가원수를 보곤 「모주석」 이라 불렀다.
그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소련의 체제를 비꼬면서 『러시아어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없다고 들었다』 고 말한 적도 있다.
심지어 84년 8월에는 방송 음성 테스트 중에『5분 후 소련 폭격을 시작한다』 고 농담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그의 실언을 담은 1백25페이지 짜리 「레이건」 의 오발정치(Reagan of Error)』라는 책까지 발간됐었다.
「카터」 대통령도 실언 구설수로 고통을 당한 대통령이다.
그는 「베긴」 이스라엘수상을 『정신병자』 라고 표현했다가 『가장인 지적인 인물』로 고쳐 평가하는 곤욕을 겪기도 했다.
특히 미국의 대통령들이 실언으로 물의를 빚고 곤욕을 겪는 것은 인상적이다.
자유분방한 생활에 젖은 사람들이 지도적 위치에 앉아서 고상한 말씨를 쓰기가 어려웠을까.
또 대통령의 언행도 거침없이 물고 늘어지는 활발한 언론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언행이 특히 어렵다는 것도 있다.
동양의 군자는 늘 언행을 조심하도록 귀가 따갑게 배우고 있다. 『논어』 에는 『말이 성실하면 믿음이 있고 행실은 진지하고 조심스러우라』 (언충신 행독경) 는 말이 있다.
공자는 『일상생활에서 덕을 행하고 평범한 말에 신중하라』 (용덕지행 용언지근) 고 하면서 성인의 언행이 특별히 다른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한번 쏟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되는대로 얘기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점에서 공자가 『언고행 행고언』이라고 충고한 것은 귀기울일 일이다.
말할 때 그 말이 평소 행동과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반성하고, 자기의 행위가 평소의 말과 모순되지 않는가 반성하는 것이 군자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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