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멜다 망명직전 낸시에 구명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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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마르코스」전 필리핀 대통령이 국외탈출을 결심하기 직전인 24일「이멜다」여사가 워싱턴으로 전화를 걸어 백악관의「낸시」여사와 통화했었다고「낸시」여사의 신문 담당비서「엘레인·크리수펀」이 밝혔다.
이 통화에서「낸시」여사는「이멜다」여사에게 유혈사대를 피하라고 촉구하고「마르코스」일가의 안전에 대해 걱정해 줬다.「낸시」여사는 이 통화 끝에「마르코스」일가가『미국에 오고싶으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여사와 수 차례 만난 적이 있는「이멜다」는 이 통화에서 도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스」도 24일 새벽 워싱턴으로「랙설트」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어「레이건」대통령의 의사를 타진했었다.
이에 앞서 24일에는「마르코스」의 특사로 워싱턴에 급파된「오플레」필리핀 노동상에게 「슐츠」미 국무장관과「아마코스트」국무차관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오플레」에게『「마르코스」대통령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그는 이미 통수력을 잃었고「베르」참모총장 휘하의 군대도 무기력하다. 「마르코스」의 생명이 위험하다. 만약 그가 물러나지 않으면 필리핀은 내란에 휩쓸릴 것이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전했다. 「오플레」는 이 같은 미국측 의사를「마르코스」에게 전화로 보고하고『유혈사태 없이 사임하면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의 안전과 치료를 보장한다』는 미국측의 보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마르코스」가 뒤에 다시 전화를 걸어『미국이 나를 이렇게 대접할 수 있느냐』며 몹시 화를 냈으며『내 곁에「이멜다」가 있다. 「이멜다」는 떠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미국은 또 유사한 메시지를 마닐라 주재「보스워드」미국 대사와 당시 워싱턴에 가있던「마르코스」대통령의 통상문제 보좌관「멜처」를 통해서도 보냈다.
여러 경로로부터의 정보를 종합해 볼 때「마르코스」의 최후에 관한 주요결정은 지난 23일 새벽3시3분부터 4시28분까지 진행된, 국가안보회의의 고위급 모임인 국가안보기획그룹 회의에서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지는 보도했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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