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개방물결 타고 자영업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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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콩=박병석 특파원】중공에 자영업인 개체호 붐이 일고 있다.
개인기업·요식업·수리업·운수업·소매상등 서비스업을 경영하는 예비자본가들이 개방정책의 물결을 타고 급격히 늘고 있다.
인민일보·경제일보 등 중공매체에 따르면 현재 중공의「개체호」는 5백80여만개에 종사자는 1천7백여만명. 이 같은 규모는 중공이 개방정책을 펴기 직전인 78년에 비해 무려 1백20여배가 증가한 규모.
중공공상행정관리국은 7차 5개년 경제기획이 끝나는 90년에는「개체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이 5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혁 당시만 해도 죄인을 상징하는 3각 모자를 쓰고 거리를 질질 끌려 다니던「자본가」들이 이제는 정부 당국의 장려를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됐다.
중공 당국은 이 개체호가 실업청년 등 잉여노동력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생산과 납세라는 측면에서 「국가에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장려하고 있으며 금년부터는「개체공상업호소득세 잠정조례」까지 제정, 실시하고 있다.
개체호가 붐을 이루는 것은 적당한 기술이나 경영능력만 있으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어 지식계층 등 고정월급 생활자보다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음식점을 경영하면 보통 공장근로자보다 10배 정도 수입이 더 많은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다.
북경의 천안문근처 뒷골목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경영하는 백국민이란 남자는 불과 1년반전 한달 50원(1만5천원)짜리 공장 일을 그만 두었다.
부부가 함께 벌고 있는 이 조그마한 만두집에서 그는 공장에서 일할 때 보다 17배나 많은 월 8백50원(25만원)을 벌고 있다.
백씨의 만두집은 홍콩이나 대만에서 만든 유행 음악카세트 테이프를 크게 틀어 손님을 끌어들이는 상술을 사용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몰려있는 이 골목에서는 물론 밀수해온 외국물건들이 은밀히 거래되기도 한다.
그러나 개체호가 붐을 이루면서 중학생이나 국민학생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퇴를 하는 사례도 급격히 늘고 있어 중공 당국이 골치를 앓고있다.
북경에서 발행되는 광명일보에 따르면 북경시 통현 농촌중학의 경우 82년 입학생 5천4백94명중 수업을 제대로 마치고 85년에 졸업한 학생 수는 4천73명에 불과하고 26%에 해당하는 1천4백21명이 자퇴, 돈벌이에 나섰다는 것. 심한 곳은 입학생수의 반정도만 졸업을 하고 나머지 반은 개체호나 개인이 운영하는 기술학교 등에 가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중공신문들은 지적하고 있다.
홍콩의 명보·문해보 등은 국민학생이나 중학생이 자퇴를 하는 이유는 ▲돈벌이가 잘되는 개체호 경영자들이「독서무용론」에 빠져 자신의 자녀들에게 일찍부터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성적이 나쁘거나 능력이 없는 자녀들을 아예 종업원으로 삼기도 하고 ▲일손 부족을 메우기 위해 부모가 자퇴를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공은 지금 모두 부자가 되려는 열기가 가득하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민(국민)에게 봉사하고 혁명대열에 나서는 것을 보람과 영광으로 생각했던 관념들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국가주석 이선념을 비롯한 혁명원로들은 이러한 금전제일주의(향전간)를 비난하고 있지만 「선부」(부분적으로 먼저 부자가 되는 것)후에「균부」(고루 잘살게 하는 것)를 이루겠다는 것이 중공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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