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이 미국을 점령한다면…|미 ABC-TV 새 연속극 「아메리카나」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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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만약 소련이 미국을 점령한다면 미국인의 생활은 어떻게 변할까. 미국 3대 TV방송의 하나인 ABC-TV에서 이러한 상상을 소재로 연속극을 구상하고있어 미소간에 새로운 논쟁의 불꽃이 일고 있다.
화제가 되고있는 연속극은 ABC-TV의 미니시리즈『아메리카나』. ABC-TV는 그동안 『뿌리』『그날이후』등 세계적 화제작들을 제작해왔는데 이번 연속극도 그러한 맥락에서 제작하겠다는 것. 20시간짜리의 이 드라마의 제작비는3천만∼3천4백만 달러로 87년 봄에 방영할 계획.
내용은 소련이 미국을 점령한지 10년이 지나 미국민은 절대적인 물질적 궁핍을 느끼고 비밀 경찰의 감시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것. 지난해 초 이 기획이 발표되자 미국의 정치학자 등은 현재 진행중인 미소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소련 측에서도 이 드라마가 제작될 경우 ABC-TV의 모스크바지국의 취재활동이 곤란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
이렇게 거센 반발에 부닥치자 ABC-TV는 올해 초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제작연기를 발표했는데 그러자 이번에는 방송국내 제작진과 미국 내 보수단체들이 들고 일어섰으며 특히 소련인 망명자들은 시위계획까지 세웠다.
「레이건」행정부 내에서도「베네트」교육장관이『ABC가 소련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라고 불만에 찬 비난을 퍼붓는 등 압력이 가중됐다. 진퇴양난에 빠진 ABC-TV측은 결국 1월 하순 간부회의에서 제작을 강행하기로 최종결정을 내렸는데 앞으로 내년 초 방영을 앞두고 계속 논쟁거리가 될 것 같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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