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높던 정유 사들 이젠 "기름 좀 사 달라"|신규물량 발주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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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콧대높은 정유회사들이 한전·철도청·운수회사 등 기름을 많이 쓰는 회사들에게『제발 기름 좀 사 가 달라』며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 숙여 빌고 있다.
유가인하 방침이 보도되면서 벙커C유나 경유를 많이 쓰는 업체들이 가능한 한 재고를 쓰고 신규물량발주는 거의 중단했기 때문.
대리점. 주유소 등도 기름 값이 내릴 판국에 기름을 사다 주유소에 저장하면 할수록 손해나기 때문에 재고량을 거의 바닥상태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
동력자원부도 유가인하지연이 자칫 수급에 차질을 빚을까 봐 최대한 유가인하를 앞당기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기름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벙커C유와 경유다. 원유정제 때 제일 많이 나오는 유종 인 데다 벙커C유는 인하폭도 17∼20%로 예상되기 때문.
정유회사들은『한전이 고 유황 벙커C유의 경우 국내 전체 생산량의 60%를 쓰는데 최근 선유 구입을 거의 중단했다』며『이에 따라 정유회사들의 재고가 한계상황에 이틀 정도로 늘어났다』고 울상이다.
보통 재고탱크 용량의 50%전후수준에서 벙커C유 재고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에는 재고가 60∼70%수준까지 육박했다는 것.
저유 탱크의 85% 수준까지 재고가 쌓이면 정유공장은 가동률을 낮춰 재고 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데 앞으로 1주일이상 유가조정을 미루면 공장가동률 축소로 나프타유분·휘발유· LPG 등의 수급에 차질을 빚을 우려마저 있다고.
원유를 정제할 때 나프타유분 18%, LPG 4%, 등유 5%, 경유 28%, 벙커C유 41% 비율로 정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벙커C유나 경유생산중단은 곧 휘발유 등의 생산중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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