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의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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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일 마감되는 전문대학의 원서접수창구가 붐비고 있다. 예년(1.3대1)보다 훨씬 높은 평균 1.7대1정도의 경쟁 율이 기록되리라는 예상 속에 호텔경영학과·식품영양학과·산업디자인학과 등 졸업 후 취업이 비교적 쉬운 학과의 경쟁률은 특히 치열하다는 소식이다.
『피라미드형 산업구조에서 상층의 고급기술인력(4년 제 대학출신)과 하층의 기술인력(산업계고교출신)사이의 중간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위치가 차츰 자리를 잡아간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일단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방 후 국민이 보인 높은 교육열이 이 나라 산업화의 원동력으로 구실을 톡톡히 해낸 것은 누구도 부인 못 할 사실이다. 그러나 고학력만을 추구한 그 같은 교육열이 개인적으로 큰 부담이 되고 사회적 낭비의 요인이 되어 온 점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한 해 약 30만 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21세기에는 전 인구에서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것은 물론 미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국의 카네기 고등교육심의회의예측에 따르면 서기2000년의 시점에서 18∼21세의 미국청년인구에서 점하는 대학생의 비율은 60%로 10명 가운데 7명 강이 대학생이 된다고 되어 있다.
일본 역시 현재와 같은 추세대로 대학진학률이 상승된다면 21세기에 전 인구에서 차지하는 대졸자의 비율은 60%가 되고 2100년이 뫼면 1백 명 가운데 96명이 대졸 또는 대학원졸 이라는 초고학력사회가 된다고 일본 국토 청의 한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고도 산업사회가 지탱되고 운용되려면 사회구성원의 교육이 필수적인 것이라곤 해도 고학력자의 과잉은 오히려 역작용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고학력자가 많아지면「대졸」의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뻔한 이치다.
일본의 경우 78년의 38.4%를 정점으로 차츰 대학진학률이 낮아지는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진학에 환멸을 느끼는 것은 이름뿐이고 실질이 따르지 않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는 게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입시제도의 혼선으로 적성이나 소질을 살리는 진학의 길이 극히 일부 고 득점자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봉쇄되어 있는 형편이다.
적성과는 관계없이 단순히「대졸」이란 간판에만 매달러 아무 대학이나 들어가느니 전문대학에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는 게 나은 점이 많음은 누구도 부인 못 할 것이다.
금년 들어 전문대학 선호현상이 높아지는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 있겠지만, 허 명보다는 실속을 차리려는 견실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증거로 보아도 된다.
따라서 이제 문교당국이 할 일은 이러한 욕구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문대학이 중간기능인 양성기관으로서 구실을 다하도록 육성하는 일이다. 그 동안 전문대학이 뿌리를 내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운영의 부실로 귀결된다. 정부가 한푼의 보조도 해주지 않으면서 막대한 시설투자를 설립자에게 강요하는 한 전문대학은 우리시대에 꼭 필요한 교육기관으로서 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강구와 함께 임금격차의 축소, 전문대 출신자의 일정 비율 채용 등 기업체의 호응도 뒤따라야 한다.
좋은 제도, 꼭 필요한 제도가 정책의 미스나 사회적 무관심으로 사장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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