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들어오는데 44시간 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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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상오 정무회의를 열려던 신민당은 계속된 경찰의 출입통제로 당사로 들어가지 못한 채 이민우 총재를 비롯한 간부. 정무의원 및 당원 등 1백 여명이 당사입구 노상에서 한동안 경찰과 대치.
김수한 부총재 등은『어제처럼 다방에서 회의를 열자』고 주장했으나『이 자리에서 가마니를 깔고라도 회의를 열자』(여승환 부총재),『들어갈 때까지 버티자』(최형우 부총재)는 의견이 우세.
동대문서 정보과장이 두 차례나 총재단에 찾아와『의원들은 전원 들여보내겠다. 들어가 달라』고 권유했으나 이 총재는『다 들어가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다』면서『자네 상관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전하게』라고 역정.
김동영 총무는『이세기 민정당 총무와 만났느냐』는 질문에『전화를 걸어도 계속 부재중이더군』이라면서『이층무가 힘이 없는 것 같다』고 했고 이에 이 총재는『정치는 검찰과 경찰이 다하던걸』이라고 한마디.
당사 주변은 입구서부터 주변 1m에 걸쳐 경찰관이 늘어섰고 당사 쪽으로 들어가려는 당원은 물론, 행인들의 통행도 통제해 당원들과 경찰간에 여러 차례 충돌.
상오 9시40분쯤 김영삼 고문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승용차 편으로 당사입구에 도착해 이 총재 일행과 합류.
소속의원 및 당원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이 총재 일행과 합류하려는 당원들과 경찰간의 시비가 잇따라 일어나자 경찰은 상오 10시20분쯤 갑자기 출입통제를 잠시 해제.
이 총재 등은 당사에 들어서며『우리 집 들어오는데 44시간이나 걸렸다』며 혀를 차기도 했는데 경찰은 이 총재일행이 당사에 들어간 직후 다시 당사출입을 봉쇄, 길 건너편에 서 있던 당원들과 의원들은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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