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오일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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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저 유가의 파문은 소련까지 흔들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친대 석유수출국중의 하나인 소련은 저 유가를 반가와 하기보다 비명을 지르는 쪽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지의「C·볼렌」기자가 분석한 기사를 보면 소련은 석유 1배럴 당 1달러가 하락할 경우 연 5억 달러의 수인이 준다. 유가가 20달러 선으로 정착되면 소련은 세입의 3분의1이 감소된다.
소련의 산유량은 지난해 41억6천만 배럴이었다. 84년의 42억9천만 배럴,83년의 43억1천만 배럴보다 줄어든 양이다. 소련은 산유량 말고도 리비아,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으로부터 무기수출 대전으로 받은 석유를 쌓아 놓고 있다. 이제까지 OPEC의 시장을 잠식하기 위해 보다 싼값으로 석유를 수출해 왔다.
소련에서 석유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총량의 63%나 된다. 동구는 물론 서방세계에까지 수출한다. 84년의 경우 서방과 동구의 수출량은 똑같았다.
추세로 보면 서방의 소련원유구매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5년 전 서방에 수출되는 원유는 하루1백30만 배럴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백90만 배럴로 증가했다.
바꾸어 말하면 소련 경제의 서방의존도가 그만큼 높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동구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어 지난해는 10%나 수출이 감소되었다.
소련의 석유 수출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소련 경제재건(retooling)을 위한 기술과 설비도인의 재원을 마련하고, 다른 하나는「위성국 결속」용이다.
소련의 재정 형편은 지난해 6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84년의 40억 달러 흑자와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소련은 산 유 시설을 대폭 확장하기 위해 올해의 투자를 지난해 대비 31%나 늘렸다. 그만큼 재정 형편이 급박해졌다는 얘기다.
문제는「고르바초프」의 야 심을 담은 소련 경제개발 계획이다. 소련은 때마침「21세기의 대 구상」을 펴는 제12차 경제개발 계획을 올해부터 시작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적어도 2000년까지 소련 경제는 국민 한 사람 당 연간 구두 배당이 3· 4켤레, 라디오는 20명에 1대, 카세트 레코드는 40명에 1대씩 돌아가게 되어 있다.
90년대 말까지 국민소득은 지금의 2천3백 달러에서 두 배로, 소련 공산당중앙위의 표현을 빌면『극적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유가하락은 그「원대한 구상」의 초년도 부터 브레이크를 걸었다.
소련은 서방으로부터 기 채를 하거나, 아니면 금을 내다 팔 궁리를 하고 있다.
후자일 경우 금값이 떨어지는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르겠다. 전자일 경우 소련 외교의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석유의 위력이 크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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