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증좀 봅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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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학생증 좀 봅시다.』
『왜요.』
『학생증이 없으면 교내에 못 들어갑니다.』
『학생이 학교에 들어가는데 신분증을 보여야할 의무가 있읍니까.』
『학생증을 가져오지 않았으면 돌아가세요.』
『아니, 이 학교의 주인이 누굽니까. 학교가 정부기관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10일 상오 9시쯤 서울대 정문앞.
20여명의 학생이 일렬로 늘어서 수위들에게 학생증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대 김모군(22) 이 외부인 출입통제사실을 미처 모르고 친구와 만나기 위해 학교에 들어가려다 학생증제시를 요구하는 수위들과 실랑이.
정문 앞에는 「학교사정에 의해 교직원이 승차하지 아니한 차량및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의 공고문이 붙어있었다.
서울대는 지난 6일부터 학생들이 탄 차량과 일반인의 출입통제 조치를 취한바 있다.
10일 열린 임시 학장회의에서도 교문통제를 당분간 계속하기로 결정했었다.
일반인은 물론 학생들과 1천여명의 교수들까지 신분증을 제시하고 대학본부에 확인절차를 거친 뒤에야 들어간다.
『학교의 주인인 교수와 학생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신분증을 내보여야 하다니, 가슴아픈 일입니다』
lm쯤 열린 교문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서있던 한 노교수의 얼굴표정이 착잡했다.

<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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