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먼저다-1부] 있는 직원도 내보낼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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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동차로 한시간이면 닿는 경기도 안산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지난 18일 낮 이곳에서 만난 자동차 부품업체 덕성산업사의 홍성표 사장은 채용계획을 묻자 "특소세 인하 덕 좀 보나 했더니, 현대차 노조 파업의 여파로 납품이 중단되는 바람에 직원들을 휴가 보내고 공장을 멈췄다"며 "있는 직원도 내보내야 할 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5천6백여 입주 중소업체들은 요즘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공단 내 도로 곳곳에 세워진 가로등에는 '공장 전문 매매'광고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산업단지공단 김영록 과장은 "갑자기 공장 문이 닫혀 사정을 알아보려고 사장을 찾으면 잠적해 버린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때 아닌 공장 매물이 쏟아져 반월.시화공단에만 부동산 중개업소가 4백개에 이를 정도"라고 소개했다.

공장만 전문으로 사고 파는 중앙공인중개사의 최정동(44) 이사는 "입주업체들이 인건비와 노조 문제로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거나 경기침체로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라 매물이 계속 나온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공장이 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崔이사는 "살 기업이 없어 그대로 방치되거나 조각 조각 내서 임대하는 공장이 많다"며 "그냥 놀리느니 싸게라도 빌려줘 대출 이자라도 갚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기업이 많아지거나 시설이 확대돼야 한다. 그런데 이곳에선 요즘 입주업체들이 예전에 세웠던 확충 계획을 되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고속정밀가공기 제작업체인 나노엠티의 김병찬 사장은 "중소기업은 요즘 경기 침체에 사스 여파, 대기업 노조의 파업 사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정부가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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