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현실을 외면할 수 없지요"|평론가 김병익씨가 말하는「80년대 후반기의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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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0년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 우리 문학은 새로운 전개를 위한 진통을 겪고 있다. 우리문학이 처한 현실과 여러 문제를 극복할 전망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병익씨에게 들어본다.
-문학은 여러 꽃이 함께 피는 꽃발처럼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문단의 상황은 어떤가.
▲김병익=80년대 우리문학은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수법으로 추구하고 있다. 민족현실적 비극에 대한 전통적 창작방법으로부터 인간해체에 대한 실험에 이르기까지 진폭이 크다.
다만 70년대 문학에 비해 다소 협소하게 보이는 것은 뛰어나면서도 널리 읽히는 작품이 적은 것, 다양한 문학들을 수렴, 초점화시키는 매체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앞시대에는 여러 기질의 문학이 상호영향을 긍정적으로 가했는데 지금은 상호영향관계가 소원해져 단편화의 부정적 양상으로 인상지워지고 있다.
-문학은 결국 자유를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이 문제가 우리작품에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
▲김=자유에 대한 제약은 내면과 외부, 개인과 집단 양쪽으로부터 가해오게 마련이다. 80년대 우리문학은 외적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내용적 과격성을 보이기도 했고 내적 자유를 찾기 위해 문학형태상의 과격성을 보이기도 했다. 80년대 후반이 되는 지금 우리문학은 내적 자유, 외적 자유 어느 한목에 집중되지 말고 통합적 유기성을 가졌으면 한다.
-항상 논의되는 문학과 사회현실과의 관계는?
▲김=무관할 수 없다.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가, 구성하는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그러나 나로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은 현실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은 현실을「구성」하는 것이다, 「반영」하는 것이다의 한쪽에 기울기보다 폭넓고 자율적인 것이 되었으면 한다.
-민중문학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이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 실정인데….
▲김=민중문학론은 그 자체 한계와 비현실성을 갖고 있지만 또 받아들여야할 점도 있다. 반대로 민중문학론을 비판하는 전통문학론에도 한계와 약점이 있는 반면 이유도 있다고 본다.
이런 입장이 절충주의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찬반간에 성실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한다. 80년대 우리문단에 민중문학이 핫이슈가 되었다는 것은 그것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사람 모두가 문화와 현실의 이해태도의 일환으로 진지하게 성찰할 때가 온 것을 의미한다.
-문학 예술의 표현에 어떤 한계가 주어져야 하는가.
▲김=표현의 자유에 대한한계는 외부적이든 내재적이든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해의 조처처럼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의사를 갖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설혹 문제가 있다면 문제의 해소가 아니라 유예에 불과하기 때문이며 논점에의 도전이 아니라 회피다. 사태가 그렇게 되었기 때문에 자정능력 마저 빼앗은 결과가 되었다.
실제로 지난봄 이후 민중문학론의 안팎에서 반성과 극복의 싹이 트고 있었는데 여름이후 이 주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문인들로부터 그같은 성찰의 발언들이 없어지지 않았는가.
-우리문학의 새로운 전개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김=새로운 전개가 필요하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추구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의식과 창작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나는 그것을 위해 80년대 전반의「외침」에서 이제는 그것의 실제화로의 문학적 실천을 도모해야한다고 본다. 우리의 논의가 문학인 한 작품으로 언표되기를 희망하고 작품을 통해 현상과 본질에 대한 조명을 가하는 사고방법도 훈련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발전방향과 그에 상응하는 문학의 방향에 대해서는.
▲김=88년 전후의 정치개편과 경제상황, 사회적 일체감을 위한 노력과 도덕적 반성, 남북한간의 관계 등 현실변화의 가능성이 전개될 것으로 본다.
우리문학은 발은 그 불확정적 현실을 디디면서 머리로는 그것을 극복할 길을 모색하며 가슴으로는 그것과 씨름하며 창조적 작업을 해야한다. 문학이 문학일수 있는 것은 그 존재가 현실과 이상 어느 한쪽에 예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데서 가능하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감동적인 문학이 절실해지고 우리의 감동이 클수록 사회변화에 대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결단이 그만큼 가능해질 것이다.

<정리=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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