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신고자는 보복이 두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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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6일 밤8시쯤 서울 서초동 S국교옆 빈터
학교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조모군(16·D고교1년)이 눈위에 엎드려 뻗친채 같은 또래의 10대 불량배 2명으로부터 몽둥이세례를 받고 있었다.
『사내자식이 할 짓이 없어 뒷다마를 까(고자질을 해)? 넌 인간 재교육이 필요한 놈이야. 오늘은 이 빠따(몽등이)로 그 l차 교육을 실시한다.』
『퍽, 퍽, 퍽 』
『으윽, 으윽, 으…』
『우린 파리(경찰)와 빵간(교도소)을 싫어해. 오늘의 빠따 맛이 다시 그립거든 한번 더 뒷다마를 까도록!』
겁에 질려 신음소리 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뒹구는 조군에게 한마디「훈시」까지 하고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10대 불량배들.
신고하면 지옥에라도 쫓아가 기어코 앙갚음을 하고야 말겠다고 협박하는「작은 폭군들」 의 보복현장.
조군의 신고로 동료인 김모군(18·K고3년)이 경찰에 붙잡혀 구속되자 이들 2명은 2개월 동안「보복의 칼」을 갈다 이날 조군을 만났던 것.
조군은 지난해 11월5일 밤11시 같은 장소에서 김군 등 3명으로부터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얻어맞고 갖고 있던 현금 3만l천원은 물론 청바지와 유명상표의 외제양말까지 빼앗겨 팬티와 러닝셔츠바람으로 귀가해야했다.
기겁을한 조군 부모는 이튿날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2일간 잠복 끝에 같은 장소에서 B고3년생 2명을 협박하는 김군을 붙잡아 구속했다. 이때 그대로 달아났던 김군의 동료 2명이, 말하자면 복수의 화신이 되어 조군을 추적한 것이다.
『입을 다물면 한번 당하는데 그치지만 신고를 하면 두번 세번 당해요. 반드시 무섭게 보복해 오거든요』 10대 폭력배의「끝없는 보복」에 견디다 못해 끝내 전학까지 해야했던 박모군(16·서울K고l년)의 말.
기업체를 가진 부유한 가정의 3대독자인 박군은 4년전 A중학에 입학하자마자 불량서클 「아파치」의「봉」이 되고 말았다. 늘 좋은 옷에 용돈이 풍부했기 때문. 응석받이로 자라 겁이 많은 성격도 물론 한몫을 했다.
폭력-금품 강탈-폭력의 악순환이 1년반 동안 계속됐다. 아예 1개월에 1만원씩 상납하기도 했으나 별도움이 못됐다.
낌새를 챈 부모들의 신고로 학교측이「아파치」들을 정학처분한 것이 2학년2학기의 일.
그러나 학교측의 이같은 조치는 조군의 입장에서 보면「학교안의 폭력」을「학교밖의 보복」으로 옮겨놓은 끌이 되고 말았다.
학교 안밖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한 박군은 할 수 없이 부모를 졸라 시흥동에서 역삼동으로 이사, 학교도 J중학교로 옮겨버렸다.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서울시내「보복전문」10대 불량서클은 서대문경찰서관내의「불탑」, 청량리경찰서의「소나기」「소나기1기」「천지」「썬파워」, 남부경찰서의「아파치」 「마피스」「허리케인」, 강서경찰서의「공항」「풍차」등 모두 악명이 높다.
이들 서클의 행동강령엔『신고자는 반드시 보복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요즘 방학중인데도 마음놓고 외출 한번 제대로 못하고 있는 김모군(15·C중2년)은 이 보복행동강령의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케이스.
김군은 지난해 6월 중순 서울 청량리1동 학교부근 골목길에서「소나기」파 두목 김모군(15·일명「때골이」)등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현금 5천원을 빼앗겼다.
그 4개월 뒤인 10월 또다시「소나기」파의 공격을 받고 마침내 경찰에 신고했다. 일당 16명중 11명이 경찰에 검거된 것은 그 1개월 후인 11월16일.
『달아난 나머지 5명이 언제 어느 길목에서 튀어나올지 겁나요. 때문에 어쩌다 학교에 갈 일이 있을땐 어머니와 함께 동행하곤 해요. 자다가도 가위눌린 꿈에 깜짝깜짝 놀라 깨지요』
학교 안팎에서 폭력이 끝없이 반복되는 보복의 악령이 맑고 원대한 꿈을 꿔야할 청소년들의 잠자리에까지 파고들어 보복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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