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올리자니 한국의 추격 만만치 않고…|엔화 강세…일본은 괴롭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엔화가 강세이기 때문에 일본기업들은 수출금액이 주는 만큼 벌충하기 위해 수출가격을 많이 올려야할 형편이다. 그러나 메이드 인 코리아(한국제품)때문에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근착 포천지(2월3일자) 에 실린 기사를 요약한 것이다.
미제조업자들은 일본경쟁자들이 엔화급등으로 하여 줄어드는 마진을 보전하기 위해 엔화가 오르는 대로 그들의 수출상품가격도 덩달아 올리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랐다. 일본기업들은 엔화가 오르는 대로 값을 올렸다가는 판매에 큰 타격이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 가격을 무기로 추격해오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내 시장 가격을 10%내외 상향조정에 그쳤다. 대신 생산성향상과 비용절감, 그리고 납품업자들에게 가격인하를 종용함으로써 마진감소분을 메워간다는 전략이다. 일본통산성의 한 관리는 『달러가 2백엔대를 깨뜨렸다고 해서 일본경제가 결딴나지는 않으며 오히려 지금이 산업합리화의 좋은 기회』 라고 분석할 정도다.
그러나 당장의 이윤감소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경제신문은 오는 3월말 결산 5백65개 기업들이 엔화강세로 인해 평균 11%가량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감소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전체수출의 60%를 차지하는 13대 기업들의 신규수출계약이 지난해 11월 전년대비 25% 줄어든 것이다.
미기업들도 어렵게 됐다. 일본경쟁자들이 제품가를 소폭 인상하고 마는 바람에 덩달아 값을 올려 이윤폭을 늘리려던 기대가 사라졌다. 그렇다고 일본인들보다 값을 내려 적극 시장쟁탈에 나설 처지도 못된다. 결국 가격인상문제를 놓고 미·일 기업 모두가 복병으로 등장한 한국기업의 눈치를 살피는 꼴이 된 셈이다.
『가격책정의 기준이 되는 건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지요. 』
삼성과 금성을 의식해 전자오븐 값을 못 올리고 있는 미 아마나사의 한 중역의 얘기다. 마쓰시따는 최근 전자오븐의 대당 가격을 1·7∼4·2%만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업들과의 경쟁 때문에 엔화의 변동대로 값을 올릴 수 없다는 게 마쓰시따측의 고민이다.
컬러TV와 VTR는 보다 심각하다. 지난 수년간 한국의 거센 추격을 받아온 일본전자소비제품회사들은 85년11월 컬러TV와 VTR가격을 5∼12% 올린다고 발표했다. 현재 미국시장을 컬러TV는 10%, VTR는 8%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금성·대우등 한국가전제품회사들은 싼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 덕택에 컬러TV와 VTR가격이 계속 내리고 있는 터다.
치열한 가격 공방속에 미시장의 컬러TV값은 83년 5%, 84년 6·5% 하락했다. 심지어 『컬러TV는 남지 않는 장사』 라는 말도 나오는 정도다.
어쨌든 일본메이커들이 더 이상 엔화강세를 못 견디고 가격인상을 선언하자 잇달아 미제니스사가 10달러를 올렸고 RCA도 86년 모델에 당초 계획 이상의 가격을 책정했다. 그러나 좀 더 두고봐야 한다.
한국메이커들이 어떻게 나올지가 관심의 촛점이다. 한국기업들이 상응하게 값을 올리지 않을 경우 가격을 다시 제자리로 환원시킨다는 게 RCA나 일본기업들의 입장이다.
소니사는 아예 고품질을 강조, 한국기업들과의 가격씨름에서 벗어나겠다는 태도다. 일본 소니는 한국과 직접경쟁이 없는 고가품에 대해5∼12%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결국 미기업들이 엔화강세의 덕을 얼마나 볼 것인지는 일본기업들이 이문확보를 위해 얼마나 일본제품의 가격을 올릴 것인가에 달린 것이다. 여기서 한국기업들의 향방이 주요변수다.
맹렬 수출국으로 부상, 빠듯한 가격으로 바싹 뒤를 추격해오고 있는 한국을 일본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엔화강세로 일본이 잃는 부분이 미국의 소득으로 고스란히 넘어오긴 힘들게된 것이다. <박신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